천년의 성가에서 피어난 일곱 음의 기적

도레미파솔라시도 탄생 배경

by DKNY JD


악보 한 장 없이 수천 곡의 성가를 통째로 외워야 했던 11세기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이다. 그곳엔 매일같이 음을 틀려 꾸중을 듣던 어린 수사들의 한숨 섞인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이들의 고충을 외면하지 않았던 이론가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는 소리에 이름을 붙이는 혁명적인 발상을 떠올린다.

그가 주목한 것은 성 요한 찬미가인 ‘Ut queant laxis'였다. 놀랍게도 이 노래의 각 구절 첫 음은 한 단계씩 차례로 높아지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귀도는 그 가사의 첫 글자들을 따서 ‘Ut-Re-Mi-Fa-Sol-La'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보이지 않던 소리에 비로소 '성씨'가 생긴 셈이다.

도(Do)와 시(Si)가 채운 일곱의 완결

세월이 흘러 17세기, 발음이 투박했던 ‘Ut(우트)'는 주님을 뜻하는 Dominus의 앞 글자를 딴 ‘Do(도)'로 부드럽게 옷을 갈아입는다. 뒤이어 16세기말에는 성 요한(Sancte Iohannes)의 머릿글자를 조합한 ‘Si(시)'가 더해지며, 오늘날 우리가 흥얼거리는 완벽한 7 음계의 하모니가 완성된 것이다.

귀도는 단순히 이름만 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왼손 마디마디에 음을 배정하여 손가락을 짚어가며 노래를 가르쳤다. 이 '귀도의 손' 덕분에 수사들은 10년이 걸리던 성가 학습을 단 몇 달 만에 마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인류 음악사의 흐름을 바꾼 거대한 진보가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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