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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리아 Mar 31. 2023

SNS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맘들

엄마는 멋지다.

  술 마시며 즐겁게 노는 사진, 해외여행, 핫플레이스 인증 사진, 예쁘고 좋은 물건 산 후기 사진 등 SNS에 이런 사진들을 많이 올린다. 나 역시 미혼시절부터 아이 낳고 한동안 소위 자랑하는 사진들을 많이 올리고 좋아요 버튼을 기다리기도 했다. 미혼일 때는 맛집사진, 감성사진들로 채웠다면 결혼하고는 신혼밥상 같은 아기자기한 사진들을 올렸었다. “나는 밥을 이렇게 열심히 해서 예쁘게 차려먹어.”라며 현모양처 같은 나의 모습에 심취해 있었다. 아이를 낳고는 아이랑 가기 좋은 장소들을 매일 다니며 인증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이를 위해 이렇게 매일 노력하고 영양분 가득한 다양한 반찬을 만들어줘.”라고 뽐냈다.

  둘째가 태어나고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첫째 아이 때처럼 여기저기 새로운 장소를 찾아 사진 찍기에 열정을 다하지도 않고 소위 아기 식판식 같은 아기자기함도 잃었다. 그럼에도 잘 먹고 잘 자라주는 둘째가 참으로 기특하고 고맙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둘째가 걷고부터는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어디 높은 곳에 언제 올라가 있을지 몰라 더 이상 SNS에 예쁘고 여유로운 사진은 올릴 여력이 없고 관심도 점점 사라졌다. 물론 가족들을 위해 매일 국과 반찬도 열심히 하지만 신혼 때처럼 예쁨을 뽐내기보다는 식구들의 건강과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한 방법으로 밥을 차린다. 어느 순간부터 나와 비슷하게 함께 아이들 키우며 소통했던 맘친구들은 점점 SNS에서 사라지고 눈팅만 하며 지내는 것 같다. 싱글, 딩크족,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손이 안 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해외여행, 예쁜 카페, 맛집, OOTD(오늘의 패션룩), 명품 인증 등으로 자신의 SNS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그럴 여유가 있는 그들을 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들의 입장이어도 똑같이 자랑하며 활발한 소셜네트워크 활동을 했을 것이다. 다만 나의 현재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젖병 사진, 이유식 사진, 아이들이 어질렀던 난장판, 아이들의 떼쓰는 사진 등은 때로는 처량해 보이는 것 같다. 누가 남의 아이에게 관심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점점 SNS상에 공유를 하지 않는다. 이 와중에 열심히 밥 하는 열혈엄마의 밥상 역시나 좀 짠해 보이는 느낌이 스스로 들 지경이라 기록으로 남겨서 공유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남아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은 나처럼 육아와 살림에 쩌들어있지 않은 사람들뿐이다. ‘서준맘’ 같은 신도시 인플루언서 같은 엄마들이거나 여전히 화려한 삶을 사는 프리한 솔로, 딩크족들이 대부분이다.

‘서준맘’캐릭터

  사실 나에게도 자랑하고픈 내 새끼, 별거 아닌 소소한 삶이 있지만 다른 곳으로 내 열정을 돌려보기로 했다. 좀 더 생산적이고 나 자신을 높이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대학원까지 영어를 전공한 나는 거의 20년 동안 학교 및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유머러스하고 카리스마 있는 나의 캐릭터 덕분에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를 하는 동안 인기가 많은 교사였다. 학생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집중력을 높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소위 교사는 학교에서 준 연예인이라 하지 않던가? 어떤 해에는 팬클럽 만들었다고(물론 2명뿐이었지만) 나에게 열광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가장 빛나고 자신만만했다. 물론 정교사가 아니라는 내적 씁쓸함은 늘 달고 살았지만 학교생활은 정말 즐거웠다.


  나 스스로 SNS와 멀어지기로 했다. 나 자신만의 시간에 좀 더 집중하며 타인과의 비교를 지양했다. 그래서 영어원서 읽기 모임을 하나 만들어 매일 같은 시간에 모여 큰 소리로 원서를 읽었다. 꾸준히 하다 보니 발전이 눈에 띄게 보였다. 발음과 억양과 이해도가 매우 빨라졌다. 이전에는 원서를 보면 모르는 단어에만

집중해서 사전을 찾고 그러다가 진도가 너무 느려지니 중도포기한 일이 많아서 원서 읽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원서 읽기를 영어공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본다면 그저 순수한 독서와 같다. 그렇기에 좀 모르는 단어쯤은 과감히 패스하고 큰소리로 또박또박 읽다 보면 전체적인 맥락으로 내용이 파악이 된다. 물론 꼭 찾고자 하는 단어는 사전에서 찾아 기억한다면 공부 방면에서도 큰 도움은 될 것이다. 원서 읽기를 큰 소리로 하며 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영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꽤나 우아해 보이고 뿌듯한 감정이 느껴졌다. 비록 현재 영어로 책을 읽어도 돈이 나오거나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에게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되었다.


  자신의 방식대로 자존감을 높이는 어떠한 취미던지

작은 활동을 찾는다면 분명 스스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쭈구리처럼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빛이 나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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