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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Jul 29. 2022

한 뼘 동화 15

편견

나는 진짜로 안경이 쓰고 싶었다. 안경을 쓰면 똑똑해지고 금방 어른이 될 것 같았다. 하율이가 좋아하는 학원 선생님이 안경을 써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주변에 안경 쓰는 친구들이 늘어날수록 애가 탔다.

그래서 난 엄마 몰래 스마트폰도 가까이 보고 어두운 곳에서 책도 읽었다. 물론 게임도 열심히 했다.

그러자 정말 눈이 나빠졌다. 학교 건강검진에서 마이너스 시력을 받고 엄마는 나를 안과로 데려갔다.

"에휴, 최대한 안 쓰게 하고 싶었는데..."

엄마는 속상해했지만 난 신이 났다. 안경점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안경테를 고르고 안경을 맞췄다.

안경을 쓴 내 모습을 보니 제법 잘 어울렸다. 벌써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안경을 쓰고 밖으로 나왔는데 주변이 어지러워 보였다. 길도 엄청 지저분했다. 자주 오는 길인데 낯설었다.

"엄마, 여기가 이렇게 더러웠어?"

"얘는, 이상한 소리 말고 학원이나 가자. 늦었어!"

엄마는 나를 학원에 데려다줬다.

계단을 오르는데 속이 메스꺼웠다. 그래도 나를 보고 놀랄 친구들 생각에 설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친구들과 눈이 마주쳤다.

"오, 민준이 안경 썼네."

친구들이 아는 체를 해줬다. 기분이 좋았다.

"민준아, 안경 언제부터 썼어?"

앗! 하율이다. 하율이의 얼굴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하율이는 내가 아는 여자 애중에 가장 예뻤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피부도 까맣고 코도 너무 높았다.

'왜 그러지? 안경이 이상한가?'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들 제자리를 찾아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또 이상했다. 멋지게만 보였던 학원 선생님이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눈가에 주름도 있고 키도 작았다. 

'이상하네...'


조금 뒤에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와 내 앞에 앉았다.

그 아이는 나를 보고 아는 체를 했다.

"오, 서민준. 안경 썼냐?"

목소리를 들으니 소윤이었다. 소윤이는 곱슬머리에 주근깨도 있고 코도 낮다. 더군다나 성격이 남자 같아서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친구였다.

"어? 응."

"잘 어울리네."

갑자기 심장이 방망이질 쳤다. 소윤이 주변에서 환하게 빛이 났다. 자세히 보니 곱슬머리는 생동감이 넘쳤고 작은코와 주근깨는 상당히 귀여웠다.

'진짜 안경이 이상한가 봐. 다시 안경점에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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