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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Aug 17. 2022

한 뼘 동화 19

비밀 1

우영이에겐 비밀이 있다.

그건 바로 종이 먹기!

우영이가 돌도 되기 전 모든 감각이 입에 있을 때 우연히 종이를 맛본 게 시작이었다.

종이는 종류에 따라 씹는 질감과 맛이 달랐다. 그건 우영이만 느끼는 감각이었다.

우영이는 종이를 정말 사랑했고 자신의 취미를 뿌듯해했다.

세계 종이 먹기 대회가 있다면 1등 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절대 비밀이다.

엄마는 처음으로 우영이가 종이 먹는 모습을 발견하고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병원에 데려갔다.

"절대 종이는 안됩니다. 건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그래도 종이 먹는 걸 멈추지 않자 이번에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하면 그럴 수 있어요."

엄마는 그 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우영이는 건강이 나쁘거나 마음이 불안하지 않았지만 종이 먹는 걸 들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도 없을 때만 몰래 종이를 먹었다.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서 우영이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교과서 때문이었다. 교과서는 정말 기가 막히게 맛이 좋았다.

과목별로 다양한 맛이 느껴졌는데  국어책은 그 어떤 종이보다 맛이 있었다.

우영이는 수업을 받을 때마다 책을 먹고 싶은 욕구를 꾹 참아내며 침을 삼켰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국어 조별 숙제를 내주었다. 우영이네 조는 서린이, 한별이, 무율이까지 총 4명이었다.

우영이는 속상했다.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안 붙었기 때문이다.

그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넷은 핑계를 대며 잘 모이지 않았다. 숙제 마감이 얼마 남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우영이가 말을 꺼냈다.

"이따가 수업 끝나고 모이자!"

다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우영이가 빈 교실에서 친구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친구들이 오지 않았다. 포기하고 국어책을 가방에 넣으려는데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영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국어책  한 부분을 찢어 입에 넣었다.

그때였다.

"김우영! 너 뭐 먹은 거야?"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한별이가  놀란 표정으로 우영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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