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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영어

by 오디오포유

미국에 산지 18년, 미국 반도체 회사 업무를 영어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생각하면, 23년. 처음 영어 수업을 시작으로 보면 셀 수도 없다.


현실은 역시 꼰대. 영어 발음은 내가 살아서는 고칠 수 없음. 아이들이 나를 갖고 장난치고 싶으면 "발음 따라 해 보세요!"라고 한다. 어린아이들을 미국에 데리고 와서 비록 좋지 않은 발음이지만, 다 키워 놨더니 이제 와서 아빠를 놀린다. 혼자 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합심을 해서. 내 덕분? 아니지 와이프 덕분에 지들은 영어와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면서...


난 학력고사 세대다. 국, 영, 수가 제일 중요한 과목이었다. 모의고사에서 수학 만점도 몇 번 받았지만, 영어가 안 돼 서 망한 나다. 그런 내가 미국에 살고 있다. 왜? 문법은 못해도 말하는 건 좋아해서 군대 갔다 와서 영어 회화를 배운 것이 결국 미국에 살고 있다.


미국에 왔을 때, 직장 동료로부터 들은 수많은 얘기 중에 두 가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미국으로 근무지를 옮길 당시 Technical Marketing Director 셨던 Ken Boyce 란 분이 계셨다. 그분이 날 회의실로 부르더니 하시는 말씀이 "네가 한국에 있을 땐, 너의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중요해서 귀를 쫑긋하고 들었는데, 발음이 나빠서 이해하는데 어려웠다." 이제는 "네가 미국에 사는 한, 더 이상 귀를 기울여 집중할 수 없으니 잘 살고 싶으면 노력해라"라고 하셨다. 난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었다.


웃픈 사연도 있었다. 미국으로 이민 후 아이들 둘을 데리고 KFC를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세트 메뉴 중 한 가지는 치킨 두세 조각과 사이드 메뉴 두 가지, 그리고 음료수를 주는 것인데, 사이드 메뉴로 Mashed potato와 Biscuit을 주문했는데 직원이 그냥 막 웃는 것이다. 내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난 내가 일반적이지 않은 사이드 메뉴를 고른 것인가 생각했는데, 아마도 내 발음이 엉망이라 주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가 웃어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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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흐른 후 같이 Application team에서 일했던 친한 동료 왈 "처음엔 네가 하는 발음을 알아듣기 되게 힘들었는데, 이제는 이해할 정도로 좋아졌다"라고 했다. 이 역시 얼마나 쪽팔린 역사인가? 그렇다, 아이 셋을 키우며 느낀 것은 영어를 잘하려면, 미국 교육을 받던지, 아니면 영어를 많이 듣고, 발음을 따라 하는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영어 발음 중 대표적인 것이 인도 분들이 하는 영어인데, 실제 미국 분들은 인도 영어는 그냥 편한 일상 영어로 들리고, 아시안 영어는 발음 때문에,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인도 영어처럼 들린다고 생각하면 무난하다.


여하튼, 자식들 영어 회화 공부를 시키려면, 어릴 때부터 발음이 좋은 재미난 영화를 많이 보게 하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말과 발음을 따라 하면, 훌륭하면서도 경제적인 영어 공부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오래 살고 있는 이유로, 아이들을 여럿 키운 이유로, 가끔은 주변에서 영어 공부를 어떻게 가르치는 게 좋은가 문의하면 나의 제안은 아이가 좋아하는 미국 만화 혹은 영화를 골라서 100번 보게 하기. 그러면 아이는 그 발음 그대로, 문장 그대로 따라 하면서, 암기하고, 사용하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잘하게 된다고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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