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을 오르다

황금빛 까마귀를 보다

by 홍삼이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아래,

단풍으로 물든 산과 노랗게 물든

메타세쿼이어의 길이 우리를 반긴다.


산골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자

마음은 이미 금오와 함께 사랑에 빠진 듯했다.


금오산 초입에서 본 풍광

삼국시대 승려 아도는 저녁노을 속을

날아가는 황금빛 까마귀를 보고

이 산을 금오산이라 불렀다 한다.


안동 방면에서 보면 부처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

하여 와불(臥佛), 귀봉(貴峰)이라 불리고,

선산 방면에서는 붓끝처럼 보여 필봉(筆峰)이라

칭했으며, 무학대사는 이 산에 왕기(王氣)가

서린다고 말했다.


금오산을 오르며 본 절경


조선시대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조선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인재의 반은 선산에 있다

(朝鮮人在 半在嶺南)

(嶺南人在 半在善山)


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모두 금오산 정기의 영향이라 했다.


적봉(賊峰), 노적봉(露積峰), 음봉(淫峰)등

이름도 다양했다.

금오산은 서민적이고 애민적인 산으로

사랑받아 왔다.


30여 분 만에 도착한 해운사 입구,

범종각에는 큰 범종과 당목이 놓여있다.

자기 몸을 내던져 맑은 종소리를 울리는

당목을 보며 한순간, 희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해운사 범종각의 모습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마주친 사람들과

나누는 눈인사, "수고하세요"라는 짧은 격려가

힘든 산행길에 의외의 힘이 되었다.


조금 더 걷자,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차가운 공기와 함께 온 산에 울려 퍼진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가느다란 물줄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까만 연못으로 떨어지는

폭포, 이곳이 바로 대혜폭포다.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고, 선현들이 시회를

열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 신비로운 폭포

앞에 서니 그저 황송하고 벅차다.


대해폭포와 주변 풍광

가파른 비탈길을 헉헉대며 오른 지 한 시간,

협곡 사이로 고개를 내민 약사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청명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한 바위틈에 자리 잡은 그 모습은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번뇌를 벗어 놓고 가소서'

인등기도의 안내문에 적힌 이 문구에는

모든 재앙이 물러가고, 가정의 평화와 안녕,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약사암과 약사암 범종각


12시 4분, 금오산 정상인 현월봉에 도착했다.

멀리 운해에 잠긴 이름 모를 봉우리들이

마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20대의 젊은 여성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포즈를 요구한다.

갖가지 신을 연출하라는 당돌함에 나도 어느새

새내기 배우가 되어 그들의 열정적인 요청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진심이 느껴지는 그들의 밝은 에너지,

그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운해 서린 봉우리

●산행정보


•산행시간표

10 : 17 금오산 공영주차장

10 : 45 해운사

10 : 50 대혜폭포

11 : 52 약사암

12 : 05 금오산 정상(현월봉)

13 : 19 대혜폭포

14 : 15 금오산 공영주차장


•소요거리 및 산행시간

약 8.1km, 4시간


현월봉에서 한 컷과 내려오는 길에 찍은 돌탑


■ 금오산에 반하다

최 경 선


황금빛 까마귀 날던 전설 품은산,

기백 넘친 선인들의 숨결이 흐르고

귀인과 대작이 자주 배출된

애민의 기운 서린 정 많은 산


이 산에서

풀내음을 코끝에 담는다면

그것이 곧 행복일 것입니다


티한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때 묻은 눈을 씻을 수 있다면

그때 세상은 조금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이런 산에서

만추의 품을 안고

산객과 주고받는 인사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힘이 되어 줍니다


해운사 당목의 아픔을 느끼고

대웅전의 소박함에 가슴이 저린다면

그 울림은 세월을 뛰어넘는 진심일 것입니다


이 산에서

시회(詩會)를 열던 선현들 곁에

조용히 끼어 덜 익은 시 한수 읊어보고,

대혜폭포 웅덩이에서 선녀가 목욕하는

상상을 해보지만,

그건 한낱 바람일 뿐입니다


"헉헉" "씩씩"

약사암 길목에서

하늘문이 열리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나 자신을 겨우 추슬렀습니다


현월봉 정상에서

운해에 잠긴 능선들을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 앞에

그저 감탄, 감탄이었습니다


20대 K-오지랖 앞에서

갖은 포즈를 연출하는 나,

그 순간조차 황홀했습니다


금오와의 만남은 그저 신비로웠습니다

언젠가 다시, 그 신비를 찾아 떠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