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주스, 한 모금의 위로
아- 죽겠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여름
우리는 서로를 못잡아먹어 안달이었다.
'생리 전 주라 그런가?'
'아니면, 약 조절 중이라 그런걸까?'
그렇게 나는 또 나에게서 이유를 찾았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두려워졌다.
그러던 오늘, 나는 이사간 친구네에 놀러갔다.
조용한 집 안에 들어서니, 수줍은 미소를 띄는 첫째가 보였다.
소근소근, 동생이 깰 수도있으니 조용히 얘기하자, 라고 하니 고개를 가만히 끄덕여주었다.
머리 한번 쓰다듬어주고 난 후 점심 메뉴도 정하고, 같이 색칠 공부도 하며 친구를 얌전히 기다렸다.
낮잠을 재우고 나오는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첫째와 같이 의자쌓기 놀이를 했다. 꺄르르 웃으며 즐거워하는 첫째를 보고 있으니 내가 더 신이 났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막내는 처음 본 나에게로 걸어와 폭, 안겼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양갈래 머리를 한 동그란 두 눈과 통통한 두 볼이 나를 바라보는데
너무 귀여워서 어이가 없었는지
허,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나는 잠시 한발자국 빠져나와,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시선으로
나와 이 여름날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에게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친구가 시켜준 토마토 주스 한모금을 하며,
찜통인 차속에서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토마토 주스 한모금은 입 안에서 금새 녹아 사라졌지만,
오늘 하루는 내 삶속에 녹아 스며들었다.
그렇게 마음에도 휴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어느 여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