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하원 시간,
어르신들은 집에 가기 바빴고, 선생님들도 그런 어르신들을 챙기기 바빴다.
땀은 쉴 새 없이 나고 머릿속에는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이미 전투력을 상실한지 오래였다.
어느정도 어르신들이 센터를 빠져나갔을 무렵, 최대한 죽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몸이 안좋아서 집에 일찍 가야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그렇게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버스를 기다리면서,
쉬는 동안 어떤 책부터 읽을지, 그래서 어떤 문장을 쓸지에 대한 생각만 했다.
메모장에 읽고싶은 책들이 가득 쌓여있다.
최근 한달간 이어진 풀근무에
'책 한 줄 읽을 시간이 없다니, 이건 불행한 것이다!'
라는 선언을 했고, 나는 그러한 현생으로부터 도망쳐야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도망쳐야 하나, 전략을 짜보던 와중에 대자연과 여름 감기가 함께 찾아왔다.
고맙기도 해라,
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머리는 멍하고 코는 막혔고 목소리는 완전히 갔는데, 이걸 쓰고 있는 나도 참 징하다싶었다.
그냥 내가 그러고싶었나보지
라고 생각한다.
'도망친곳에 낙원은 없다.'
하지만 잠시 숨은 돌릴 수 있기에
완전한 도망이 아닌 숨을 고르는 것을 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