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의 시작이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궁금해지는 것
그래서 더 알아가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북 <나는 내가 너무 좋아서>는
말 그대로 내가 너무 좋아서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 인터뷰집이다.
첫 번째 편은 <사회복지사 이혜인> 편이다.
질문자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혜인 : 울산에 있는 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이혜인입니다.
질문자 : 노인주간보호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생소할 수 있는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혜인 : '어르신 유치원'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낮시간동안 보호하는 곳입니다.
노인주간보호센터가 최근에는 여러 가지 역할들을 하고 있지만
저는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 이 역할이 제일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자 : 사실 돌봄 노동이라는 게 정말 힘든 직업이잖아요.
다른 곳이 아닌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한 계기가 있을까요?
혜인 : 스무 살 때 대학교 동기와 처음을 자원봉사를 갔던 곳이
노인주간보호센터였습니다.
경험이라는 게 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봉사했던 기억들을 되돌아보면
주간보호센터라는 곳에서 편안하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던 생각이 납니다.
자원봉사자로서가 아닌 내가 직접 근무를 해보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으로
사회복지사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던 것 같습니다.
질문자 : 누군가는 낯설고 힘들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혜인님은 편안하다는 느낌을 지속해서 받으셨네요.
그렇다면 직접 사회복지사로 근무를 해보고 나서
혜인 님 삶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혜인 : 어르신들이 아침에 무사히 센터에 등원을 하시고
마지막에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실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시고
텅 빈 센터를 보게 되면 뿌듯함과 후련함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질문자 : 책임감이 강하신 분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반대로 이럴 땐 정말 힘들다 하는 순간이 있나요?
혜인 : 사실 늘 그렇죠.
크고 작은 힘든 순간들의 반복이에요.
이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일을 하는 것이다 보니
힘들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그냥 참아요.
또 부단히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이해하고 싶지 않으면 또 이해하지 않는 게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인 것 같아요.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나'도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질문자 : 어느 정도 선에서 이해하고 싶지 않으면 이해하지 않는 것이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말이 중요한 말인 것 같은데요,
사회복지사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하는 순간이 있으셨던 걸까요?
혜인 : 처음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요양원에서
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사회복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근무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고 소진이 왔어요.
그때부터 그냥 미워하고 싶은 사람은 미워하고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은 이해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질문자 : 어쩌면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 속에서도
중요한 말인 것 같아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고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 건데요.
혜인 : 맞아요.
전 신이 아니에요. 사회복지사도 그냥 사람입니다.
한 때는 미워하는 일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려는 노력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사람을 미워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아도 되는 나'도 존중해야 한다는 거에요.
질문자 : 사회복지사로서 처음 시작을 하던 혜인 님에게
스스로가 해주고 싶었던 말 같네요.
혜인 : 맞아요.
제가 그 시절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꼭 해주고 싶었어요.
질문자 : 그렇죠.
이렇게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뿌듯한 순간과
또 힘들었던 순간, 그 순간을 이겨내는 방법을 다 들어봤는데요.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 듣고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혜인님을 보고 있으면 사회복지사로서의 여러 챕터를 지나
조금은 편안한 모습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렇다면 혜인님의 미래에는 사회복지사 이혜인이 계속 있을까요?
혜인 : 한 번쯤은 나에게 궁금했던 부분이에요.
정답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가 대답이 될 것 같습니다.
과거의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회복지사여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 생각이 저를 힘들게 했었거든요.
근데 사회복지사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오히려 사회복지사로서 어르신들을 더 사랑하게 했어요.
중요한 건 나 자신이지
사회복지사 이혜인은 그다음 문제예요.
어디까지나,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는 것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제 첫 번째 목표예요.
질문자 : 마지막으로,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혜인 : 조금 어려운 말일 수도 있겠지만요.
스스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내가 이런 부분에서 힘들어하는구나
반대로 이런 부분에서 즐거워하는구나 하는
뜻밖의 발견들을 많이 마주하셨으면 합니다.
그런 부분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그렇게 된다면 사회복지사로서 근무하는 것이 더 즐거워질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은 생각보다 근사하고
그 이름으로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더 즐겁습니다.
그 삶이 좀 더 다채로워지고 빛나길 바라요.
그러니 사회복지사로서의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그 밖 세상 속에서 크고 작은 경험들을 하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내가 너무 좋아서> 첫번째 인터뷰
<사회복지사 이혜인> 편을 관통하는 말은
'나 자신'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사회복지사들,
그들이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은 얼마나 될까?
나는 <사회복지사 이혜인> 편에서
조금은 내려놓고
사회복지사로서의 삶도, 사회복지사가 아닌 삶도
존중하고 즐길 줄 아는 나를 발견했다.
나를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알기에
<나는 내가 너무 좋아서> 다음 인터뷰도 진행하려고 한다.
다음 인터뷰 주제는 <딸 이혜인>편이다.
<딸 이혜인>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들어볼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