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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開花)

by 찬란한 하루

생각해보면 여름을 참 사랑했다.

이 계절과 함께 내가 같이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가벼운 옷차림과 함께 내 발걸음도 가벼웠고

파란 하늘에 덩달아 내 마음도 먹구름이 하나도 없이 쨍쨍했다.

저금통을 털어 나온 동전으로 여름 밤 동네를 걸으며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먹을 때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그렇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여름이었다.


가을비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먹구름이 가득한 요즈음

끝까지 창문을 닫지 않고 고집을 피웠지만 결국은 창문을 닫게 만드는 차디찬 바람을 느끼며

눈 깜짝할새에 겨울이 오겠구나 싶었다.


가을날의 나는

할수있는 일이 있어 매일 아침 갈 곳이 있으며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가고 싶은 곳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안다.

'나는 이런 일을 해야겠구나.'

'나는 이럴때 행복해하는구나.'를


정말이지 모든 순간이 귀하고 행복하며

봄날의 꽃처럼 피어나는것만 같다.


비로소 유독 시리고 아팠던 그 해 겨울에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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