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 시청각 자극의 중독은 일상의 권태를 부른다.
참 꺼내기 어려운 주제이다.
하지만 쉽게 말하기 어려운 주제이기에 이 주제에는 다양한 편견과 오해가 쌓이고 있다.
비밀스럽기에 더 자극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상황과 맞지 않기에 재미있기도 하며 누군가는 더럽고 불쾌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종교계, 기득권, 성 해방주의자, 포르노 산업 종사자, 인플루언서, 성적인 마케팅을 하는 기업 등등 온갖 이해당사자들도 합세해서 결국 성적인 것은 극단적인 가치와 의미가 공존하는 모순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이들의 영향으로 많은 이들이 성적인 것에 왜곡된 시선을 갖고 모순되게 행동한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은 성적인 것에 대해 겉으로는 쉬쉬하며 그만큼 개인적인 공간에서는 갈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중립적으로 성을 설명하지 못하는 그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모두에 대해서 다루고 싶은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고 오늘 우선적으로 다룰 것은 성적인 콘텐츠의 남용이다.
일단 인터넷 어디를 가도 야한(성적인 매력이 아주 넘치는 이가 이를 노출하는) 남녀의 사진과 영상이 넘쳐난다.
알고리즘 노출을 이용하는 플랫폼을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시청각 자극을 절제한다.
지난번에는 음식과 절제를 다뤘다.
우린 과연 필요한 만큼만 먹고 있을까?
아무런 의지가 없어 보이는 맛있는 음식 안에는 그 음식을 다시 찾게 만들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와 전략이 숨겨져 있다.
특정 명령어를 입력하면 의도한 행동을 해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처럼 맛의 공식이 듬뿍 담긴 음식을 먹은 인간은 그 음식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먹으라는 명령에 따르게 된다.
자유의지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인간에 대한 기대와 달리 우리는 일에 지쳐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그 피곤함을 잊게 하는 강렬함을 맹목적으로 쫓아간다.
그 모습은 마치 페로몬을 따라다니는 개미나 불을 쫓는 나방, 영혼 없이 명령을 따르는 기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의지를 잃은 인간을 조종하는 페로몬의 역할을 해내는 것은 음식 외에도 다양하다.
성적인 매력이 듬뿍 담긴 다양한 시청각 자극은 외롭고 지친, 얼빠진 현대인을 개미로 만들어 아주 간단히 조종해 버린다.
우린 과연 필요한 만큼 자극적인 사진에 노출될까?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은밀한 자극을 만끽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니지 않는 현대인이 있을까?
Gallup의 2023년 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97%로 추정된다.
물론 응답률이 낮은 자료지만 경험적으로 우리는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고 있다.
외롭고 피곤한 현대인은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장소나 혹은 사람들이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장소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온라인 공간은 가끔 좋지 않은 정보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장소에 성적인 시청각 자극이 넘쳐난다는 편견이 있다
SNS를 잘하지도 않는 사람의 편견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장소에서 이러한 자극에 노출되는 일이 쌓이고 더 나아가 중독되어 다양한 문제를 마주할 수 있다고 추측해보곤 한다.
더 강력한 자극을 찾고자 더 노골적인 성 콘텐츠를 다루는 사이트로 넘어가서 그들이 생산하는 자극을 소비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성적인 욕구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성적인 욕구는 우리 삶을 더 풍부하게 해 줄 다양한 사건의 시작점이 된다.
예를 들면 연애와 같이, 대부분은 분명 성적인 욕구로 시작한 일이지만 욕구 충족 외에도 성장, 다양한 정서의 경험, 인간관계의 확장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생물 욕구 없이는 많은 것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온라인 공간에서 은밀하게 제시되는 성적인 시청각 자극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들이 제시하는 아주 강렬한 시청각 자극은 오히려 실제 삶을 밋밋하게 만들어버린다.
강렬한 음식에 중독되는 일과는 조금 다르다.
강렬한 음식을 먹었을 때, 그 음식이 해로워서 건강이 나빠지거나 혹은 그 음식이 비싸기에 빈털터리가 된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몇몇 조미료와 향식료로 아주 큰 부작용 없이 맛있음의 극단 치를 표현할 수 있는 요리과 달리 사람과 사랑의 경험은 부작용 없이 극단치에 갈 수 없다.
외로움을 잠시 피하고자 성적인 시청각 자극을 소비한 결과, 일상에서의 경험에서 더 이상 적당한 자극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즉 눈이 높아져서 실제 연애와 관계가 재미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과정을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우선 자극과 중독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인터넷 공간에서 성적인 시청각 자극을 생산하는 자들의 전략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변화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한다.
-도파민과 중독
우선 중독이라는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자.
안 그래도 최근에 ‘도파민 중독’이란 말이 뜨겁다.
이는 흔히 미동도 안 하고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을 엄지로 슥슥 넘기며 한참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표현되곤 한다.
인간이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에 적응한 것일까?
콘텐츠 시장은 점점 짧은 시간에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짧은 영상, 몇 장의 사진, 짧은 문장 등으로 구성된 콘텐츠를 몇 초 안 되는 시간에 소비하고 또 다음 콘텐츠를 소비한다.
짧은 시간에 새로운 자극을 마주할 때마다 나온다는 도파민은 대체 무엇일까?
이러한 방식이 도파민을 나오게 하는데 왜 효과적인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왜 중독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역할이 다양한 호르몬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말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도파민은 예상치 못한 자극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쾌감으로 통용된다.
다양한 상황에서 나오는 도파민은 우리에게 쾌감을 주어 그 상황 혹은 행동을 반복하도록 만든다.
때문에 누군가는 도파민을 습관 형성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도파민 연구 권위자 볼프란 슐츠 박사에 의하면 이러한 도파민(혹은 관련 뇌 부위의 활성화)이 나오는 양은 예측한 보상의 양보다 실제로 받은 보상의 양이 클수록 더 크다.
즉 우리는 예측하지 못한 만큼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짧은 주기로 계속해서 새로워지는(예측하지 못한) 자극에 매력을 느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우리는 만족감을 느꼈던 자극을 다시 찾게 된다.
그 행동을 다시 반복하게 만들기에 앞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하게 도파민을 학습 호르몬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너무 과도하게 특정 행위 반복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다른 행동까지 방해받을 때, 우리는 보통 중독되었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중독이 위험한 이유는 자극이 주는 쾌감이 적응되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중독되면 보통 특정행위를 그냥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강렬한 자극을 얻는 방식으로 반복하게 된다.
적응은 점점 더 정교해지는 예측과 신체 항상성 때문에 생긴다.
똑똑한 우리는 어떤 자극이 얼마만큼 자극적이었는지 기억하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점점 실제 보상에 가깝게 보상을 예측한다.
그렇기에 반복되는 자극에 대한 감흥이 점점 없어지고, 이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에 질려하거나 혹은 더 강렬한 자극을 얻을 방법을 찾고자 한다.
한편 생물이 자신의 신체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신체 항상성도 중독의 원인이 된다.
생물의 신체는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신체 상태가 크게 변화하면 많은 기능에 오류가 나고 심각하면 쇼크를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신체는 자동적으로 신체의 관성을 망가뜨리는 너무 강렬한 자극을 피하고자 한다.
어떤 자극을 마주하기 전 이미 조금씩 ‘긴장’ 상태에 돌입시켜서 해당 자극이 너무나도 강렬하지 않도록 조절한다.
반대로 우리는 이러한 조절 때문에 점점 특정 자극에 무뎌지고 이 역시 더 강렬한 자극을 찾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성적인 자극 또한 이런 도파민, 중독 메커니즘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신경전달물질은 생각보다 더 구체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도파민이 모든 성적인 자극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할 순 없다.
때문에 성적인 자극과 도파민 그리고 중독의 관계를 조금 더 제한된, 조그마한 범위에서 이해해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측면을 다루고자 세 가지 가설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성적인 시청각 자극은 중독이 된다.
두 번째, 이러한 중독은 남, 녀의 신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왜곡시킨다.
세 번째, 이러한 중독은 연애와 성관계의 만족감을 낮춘다.
인터넷을 통해 과도하게 성적인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이 중독으로 이어지고 그러한 중독이 오프라인에서 관계의 만족을 낮춘다는 것이 이 글의 가설이다.
그 범위 안에서만 도파민과 중독을 다루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만들어내는 성적인 콘텐츠 생산자의 의도를 추측해 보겠다.
들어가기에 앞서서 성적인 자극과 중독에 대해 다룰 때, 조심해야 할 점을 먼저 언급하고 가겠다.
성적인 자극에 대한 중독은 그것에 대한 학술적 정의와 척도에 대해서 연구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
특히나 포르노 중독 치료에 대한 여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던 시기가 있었다.
때문에 많은 연구에서 포르노 중독을 가정하는 편견이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Duffy, A., Dawson, D. L., & Das Nair, R. 2016.).
포르노 사용이 우리 생각보다 아주 심각하다고 볼 수 있는 연구 결과는 없었고 나 역시 그런 편견이 생기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다만 공급자가 남용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분명 있다는 것, 공급자가 책임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 세 가지를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 글 역시 어느 정도 가설과 편견이 있을 수 있음을 먼저 밝힌다.
우선 첫 번째 가설부터 살펴보자.
성적인 자극 역시, 도파민과 중독 구조를 따라서 중독될 수 있을까?
학계에서 보통 이를 지지한다.
fMRI를 이용해 포르노 중독자(남성)의 뇌가 성적인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본 연구에서는 포르노 중독자(Problematic Pornography Use)의 뇌의 보상 관련 부위(도파민과 관련 있는)가 성적인 자극에서만 상대적으로 유독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다(Gola, Mateusz, et al. 2017.).
그리고 이러한 활성이 에로틱한 이미지를 보기 위한 행동 동기 증가, 주당 포르노 사용량, 자위 빈도와 유의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했다.
아마 상대적으로 환자가 적기 때문에 여성을 연구한 자료는 많진 않았지만, 여성을 연구한 몇몇 연구는 여성이 남성과 다른 중독 양상을 갖지만 중독될 수 있단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Sklenarik, S., Potenza, M. N., Gola, M., & Astur, R. S. 2020.).
결론적으로 우리 모두가 성적인 자극에 중독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중독은 정말 유해할까?
이러한 중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위험하다고 예측할 수 있다.
우선 두 번째 가설과 같이 성적 매력이 넘치는 시청각 자극에 과도한 노출, 중독은 우리 자신, 혹은 파트너의 신체에 대한 만족도를 낮출 수 있다.
꼭 포르노에서 뿐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각종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성적인 매력이 월등한 사람의 사진 혹은 영상에 노출될 수 있다.
포르노 사이트 보다 덜 자극적인 사진이 쓰이며 또한 포르노 플랫폼보다도 대중적으로 사용되기에 SNS에서의 성적 자극에 대한 연구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보다 일반화하기에 좋을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넘쳐나는 그러한 시청각 자극이 상향 비교를 통해 여성의 신체 만족도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다(Guizzo, F., Canale, N., & Fasoli, F. 2021, Pedalino, F., & Camerini, A. L. 2022.)
남성 역시 인스타 그램 이용과 외모 비교가 자신의 신체 만족도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Modica, C. A. 2020.).
이런 방식으로 남성 혹은 여성의 몸에 대한 왜곡된 이상향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이성관이나 성생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마디로 높아진 눈 때문에 자신 혹은 파트너에게 매력 혹은 로맨틱함을 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가설과 같이 성적인 시청각 자극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연애, 성관계 만족감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지지하는 몇몇 연구가 존재한다.
여성의 경우 인스타그램 이용으로 자신의 신체 이미지,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그것이 결국 성생활 만족도의 저하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Gryc, A. K., Grudzień, M., Nowińska, A. M., Tuszyńska, W., Juchnowicz, D., Krukow, P., Karakuła-Juchnowicz, H. 2023.).
남성 역시 소셜미디어 중독 혹은 광범위한 포르노 이용이 낮은 성기능과 상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Pawlikowska-Gorzelańczyk A. et al. 2023).
온라인에서 성적인 시청각 자극에 노출되고 이러한 자극에 중독된다면 결과적으로 현실 세상에서의 만족감이 낮아진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온라인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성적 자극을 조심할 필요성이 있다.
사실 꼭 연구 결과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에서 넘쳐나는 성적인 자극이 중독으로 이어졌을 때, 우리 삶의 다양한 만족도를 낮출 것을 직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직관을 통해 성적인 자극 공급자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음에도 그들을 열심히 성적인 자극을 공급한다.
그들은 왜 분명 안 좋다는 자극적인 자극을 남발하는 것일까?
사실 음식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매우 은밀하면서도 강력한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성적인 자극은 강렬한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구매자들을 중독시켜 재구매자로 만든다.
성적인 자극을 남발하는 공급자들이 어떻게 우리를 중독과 불만족으로 이끌며 결론적으로 재구매로 만드는지를 알아보자.
1. 인터넷 공간의 팽창 그리고 소비가 이뤄지는 공간
우선 인터넷 공간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지금 인터넷은 단순히 정보라는 시청각 자극이 공유되는 곳은 아니다.
이용자와 그들이 생산하는 정보가 매우 많아지면서 수많은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특히 더 많은 이들이 오프라인 공간보다 온라인 공간에 더 오래 머물면서 오프라인 공간에서 하던 많은 일들이 장소를 옮겨서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게 되었다.
인간관계 역시 온라인에서 더 빈번하게 이뤄지게 되었다.
온라인 상품진열대에 놓인 물건이 오프라인보다 더 많이 팔리게 되었다.
또 온라인 공간의 재밌는 점은 상품 진열대를 놓을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하지 않기에 은근슬쩍 다른 용도의 커뮤니티, 플랫폼에서도 상품이 진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상품 공급자는 인터넷 어디에서든 상품을 팔고 돈을 벌 수 있다.
또한 누구나 마트의 주인이 된 듯이 자신의 개인 페이지에 상품 공급자의 상품을 진열하여 유통비 명목으로 일부를 챙길 수 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나 그러한 가능성을 공유하기에 경쟁자가 넘쳐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상품 공급자와 유통업자는 다양한 전략을 채택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강력한 전략이 성적인 시청각 자극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위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겹쳐서 결국 성적인 시청각 자극이 넘쳐나는 지금의 인터넷이 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성적인 시청각 자극을 공급하는 SNS 이용자, 상품 생산 기업, 포르노 기업까지 세 가지 이해관계자의 전략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자.
2. 인간관계의 새로운 장 SNS와 나를 뽐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러한 본능이 실질적인 돈이 되기까지
우선 SNS이용자와 그들이 생산하는 성적인 시청각 자극에 대해서 다뤄보자.
SNS 개인 페이지가 돈이 되었기 때문에 성장했는지 혹은 먼저 이용자가 많아지고 나중에 기업의 후원이 늘어난 것인지, 정확하게 인과관계를 아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직관적으로 관심과 인간관계에 대한 갈망이 SNS 활동을 하는 더 우선적인 이유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과 한 몸이 되어버린 현대인은 인간관계 역시 스마트폰으로 관리한다.
외로움과 행복이라는 인간관계의 발전 및 확장에 대한 동기를 안고 온라인 세계로 가지만 그 세계는 오프라인과 사뭇 다르다.
공간의 제약이 없고 때문에 더 많은 사람과 이어질 수 있다.
무궁무진하게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두가 그러한 상황에 놓였다.
그 와중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성적인 시청각 자극이 쓰이곤 한다.
우선, 과연 우리는 모두 관심을 추구할까?
정신과 의사 박한선은 저서에서 관심에 대한 갈망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한다(박한선. 2018).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아주 오랫동안 무리에서 다른 개체와 상호작용하며 살아왔다.
만약 무리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면 그 명성 때문에 많은 것을 누리거나 혹은 배신당할 확률이 낮아질 것이다.
때문에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은 생존하거나 혹은 그를 넘어 윤택한 삶을 사는 데 있어서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관심을 받을 때 쾌감을 느끼고 그것을 더 추구하도록 진화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한편 성적인 노출과 관심에 대한 욕구, 그리고 실제로 받는 관심의 양도 분명 상관이 있다.
여성에 경우지만 SNS에 성적인 노출은 실제로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관심에 대한 욕구가 큰 여성일수록 성적인 노출 사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Ramsey, L. R., & Horan, A. L. 2018).
모두가 온라인 SNS에서 인간관계를 확장하고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기회를 얻으면서 그 기회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이 받는 관심의 양과 그 영향력이 실질적인 돈으로 변환 가능해지면서 이러한 양상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관심을 받는 개인 SNS 페이지가 아주 매력적인 상품 진열대이다.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아주 많거나 강력한 관심을 받는 개인의 페이지에서 상품을 진열할 권리를 얻고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자 한다.
더 많거나 충성적인 관심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되면서 관심을 추구하고자 하는 동기는 더 다양해지고 강력해지고 있다.
그리고 관심을 얻기 위한 대한 수단으로 많은 경우 성적인 사진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으로 대중성 있는 SNS에는 성적인 시청각 자극이 넘쳐난다.
제품 생산자나 포르노 콘텐츠 제작자가 아닌 일반적인 SNS 이용자가 앞장서서 분명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는 성적인 시청각 자극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극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중독으로 이어지고 자신과 파트너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실제 성생활과 연애에서의 만족감 하락으로 이어진다.
3. 기업의 섹스어필 마케팅
온라인에서 성적인 시청각 자극을 생산해 내는 주체는 인플루언서 외에도 많다.
그중 한 축은 기업이다.
자신의 제품을 알릴 강력한 수단을 갈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성적인 자극은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약 1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섹스어필 마케팅은 90년대 들어와서 의류, 식품, 화장품, 주류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쓰여 왔다.
한편 최근에는 양성 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성적인 시청각 자극을 광고에 활용하는 것을 지양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우리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하면서 성적인 시청각 자극을 활용한 기업의 광고에 노출된 경험이 많다.
현대 시류와 맞지 않는 이러한 일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까지도 사용할 만큼 그 효과가 좋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섹스어필 광고는 제한된 분야에서만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섹스어필 광고의 효과는 광고하는 기업의 산업 분야, 광고를 받아들이는 성별 등에 영향을 받는다.
또한 광고를 통해 관심을 받고자 하는 대상이 브랜드, 제품, 광고 중 무엇인지에 따라서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Wirtz, J. G., Sparks, J. V., & Zimbres, T. M. 2018, Reichert, T., & Lambiase, J. 2014)
즉 섹스어필 광고는 분명 관심을 끌 수는 있으나 그것이 구매나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까지 이어지기는 매우 까다롭다.
심지어 일부 연구는 조건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을 때 자극적인 광고가 오히려 다방면으로 광고 효과를 떨어뜨린다고도 주장한다(Bushman, B. J. 2005.)
매우 강렬한 자극이기에 효과가 뛰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사실 달리 기업 입장에서 섹스어필 광고는 많은 고민이 드는 선택지이다.
또한 섹스어필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객관적인 수치 또한 없다.
오히려 젊은 이들을 타게팅하는 광고는 성적 대상화나 성역할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젊은 기업은 오히려 섹스어필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 그리고 시대 흐름, 통계 자료와 다르게 우리는 분명 온라인 세상에서 무분별한 섹스어필 광고에 노출되고 있다고 느낀다.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 세 가지 추측을 할 수 있다.
첫 번째, 최근 기업의 제품을 광고하는 이들이 인플루언서이며, 이들이 성적인 매력이 담긴 시청각 자극을 높은 빈도로 활용하기에 기업의 섹스어필 광고가 늘어났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상위 인플루언서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인플루언서의 신체 노출이 높은 수익과 유의미한 상관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 중 하나는 인스타그램에서 성적인 시청각 자극에 노출되기 쉬우며 그 강렬함에 이끌려 한 번 클릭할 경우 알고리즘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성적인 시청각 자극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Gänßle, S. 2021.).
두 번째, 가용성 휴리스틱 이론으로 이러한 현상을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오랜 기간 많은 정보를 모아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보단 지금 떠오르는 정보로 어림잡아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휴리스틱 중 지금 떠오르는 정보로 어림잡아 판단하는 것을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한다(Tversky, A., & Kahneman, D. 1973).
성적인 시각 자극의 경우 그 인상이 강하기에 노출된 빈도 자체가 적더라도 노출되었다는 기억은 강렬히 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실제 빈도와 상관없이 성적인 광고에 많이 노출되었다고 어림짐작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세 번째, 온라인 환경에서 노출되는 광고 제작자, 제안자 중 많은 이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고 자극적인 광고를 만드는 자들이다.
온라인 광고 공간은 오프라인 광고 공간보다 규제도 적고 보다 다양한 종류의 사용자가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보다 트래픽 증가와 단기간 매출 상승만 노리는 많은 회사들이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내고자 섹스어필 광고를 남용한다.
양산용 게임을 만드는 회사, 데이팅 플랫폼, 애초에 성인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과장 광고해서 파는 회사(특히나 성기능 개선 약품) 등이 이러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우리를 불쾌하게 만드는 광고 중 대부분이 이들이 만든 광고이다.
정리하자면 섹스어필 광고는 전통도 있고 성공적인 선례도 있기에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고려와 다양한 층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 이러한 광고는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서 이러한 광고가 많다고 느껴지는 것은 온라인 세상의 특성상 더 다양한 광고 제작자들이 더 많은 자유를 누리며 광고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4. 포르노 업계에 대하여
긴 이야기의 마지막으로 가장 노골이고 강렬한 성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포르노 업계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포르노 자체를 강렬히 규제하거나 무슨 사회악이라고 까지는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불법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재구매자를 만들고자 취하는 전략은 분명 많은 위험이 있기에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이해하고 제품 소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포르노 업계는 의도적으로 소비자의 실제 성생활 만족도를 낮추고자 한다.
포르노 업계 입장에서 라이벌, 즉 구매자 입장에서 포르노를 보는 것의 대체재는 무엇일까?
바로 실제 연인을 만나 데이트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다.
구매자 입장에서 실제 데이트와 성관계가 충분히 만족스럽다면 촉각과 정서적 교감이 없는 영상 자료에 관심이 갈 이유가 없다.
물론 포르노는 실제 데이트나 성관계를 할 수 없는 상황의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방편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포르노 산업은 그런 일시적인 고객에서 안주하지 않는다.
더 많은 이용자를 원하며 기존 이용자가 꾸준히 그들을 찾아주길 원한다.
그래서 그들의 라이벌 뛰어넘고자 노력한다.
촉각과 정서적 교감이 없이도 더욱 강렬한 시청각 자극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포르노는 분명 매우 극단적이다.
성적인 매력이 극단치에 가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성적인 매력이 표현되는 신체부위가 매우 커서 시각을 강렬하게 자극하거나 외모가 매우 준수한 배우가 나온다.
심지어 수많은 배우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대다수의 구매자는 자신의 성적인 이상형에 가까운 배우의 시청각 자극을 소비하며 너무나도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배우에 익숙해지면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성의 외모가 너무나도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배우의 외적인 부분만 극단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포르노에서는 성관계 역시 아주 극단적으로 묘사한다.
남녀 배우는 마라톤 선수 마냥 아주 긴 시간을 쉬지 않고 관계를 나누고 그들은 이 세상 것이 아닌 황홀감에 빠진 표정과 몸짓을 연기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연기한다.
영상에서 가정되는 다양한 상황은 실제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판타지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실제에서는 해로울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포르노에서는 피임, 위생에 좋지 않으며 질병과 상처가 날 수 있는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지는데 이러한 행위가 매우 쾌락적으로 묘사되어 성지식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해로울 수 있다.
실제의 관계는 더 조심히, 청결히 그리고 조금은 조심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권장된다.
하지만 실제에서 이뤄질 수 없기에 그것은 더욱 강렬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밋밋한 실제 성관계와 비교해서 포르노는 환상이 이뤄지는 꿈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결국 매력적인 배우와 그들의 과장된 성관계를 보고 중독된 구매자는 현실에서의 관계에서 밋밋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르노 중독이 자주 기능성 장애와 연관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이런 포르노는 단순히 구매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는 분명 포르노 산업의 충성적인 고객을 만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강렬한 매력이 있는 영상은 일상의 데이트와 관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일반인으로서 우리는 성적인 매력이 평범한 사람을 만날 확률이 매우 높으며 또한 우리의 성관계는 매번 극적일 수도 없다.
심지어 가끔 바쁜 나날 때문에 만족스럽지도 않은 성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밋밋함 혹은 평범함이 자연스럽거나 당연하기에 받아들이란 말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에서도 충분히 감정적인 충족과 로맨틱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
외적으로 아주 매력적이지 않아도 마주 본 파트너와 나의 관계가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것이라고 느껴지는 황홀한 순간이 존재할 수 있다.
만족스럽지 않은 성관계에도 다음을 기약하는 모습을 보며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이 세상에 있다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기회가 있음에도 성적인 시청각 자극에 중독되어 그 기회를 뺏긴 것은 분명 매우 아쉬운 일이다.
현실이 밋밋하다고 느껴서 파트너를 만들지 못해 연애를 해보지 못하거나 파트너에게 권태를 느껴 관계가 악화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온라인에서 남용되는 성적인 시청각 자극의 효과와 그것을 생산하는 이들의 전략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다시 얘기하자면 다루기 매우 어려운 주제였다.
개인적으로 소비자의 자유를 존중하는 쪽이기에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성적인 콘텐츠는 분명 위험하나 나는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기만 하면 충분히 현명하게 소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험에 대해 주장했지만 실제로 사람마다 받는 영향이 다양할 것이고 포르노가 항상 부정적인 영향만 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또 타인의 주체성과 합리성을 어느 정도 존중한다면 어떠한 규제 없이 그들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주장을 한 것은 매우 바쁜 현대 시민 중 일부는 이러한 사실을 차마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존중하며 최소한의 조치를 하고자 이러한 글을 썼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이유로 성적인 콘텐츠 이용을 절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쾌락을 주는 선택지를 고르곤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러한 선택 안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며 은밀히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다.
그러한 영향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롭고자 절제를 실천하고 있다.
다음 글에는 개인적으로 절제하고 있는 것에 대한 마지막 얘기를 하고자 한다.
소비와 소유에 대해서 다룰 것이다.
지금까지 다룬 것을 모두 아우르는 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인간 생활의 중심이 된 지난 몇 백 년 간 우리는 돈을 지불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인간의 삶에서 소비와 소유에 대한 이상적인 기준은 개인차가 있기에 정할 수 없지만 우리는 시장과 기업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그 기준을 높게 잡고 있다.
소비와 소유가 진정으로 우리 삶을 개선시키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더 부자가 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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