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처참한 수익률 끝에 만든 나의 투자 철학

오만으로 버티고 손실로 배웠다.

by 완연

이 글은 다른 분들이 저처럼 실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저의 기록입니다.

종목 이름이 거론될 수 있고, 투자 행위에 대해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그저 평범한 개미가 주식이란 장르에 아름답게 다가가기 위해 쓰는 글이니, 섣부른 판단으로 여러분의 소중한 돈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나는 약 9년 전,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직장을 처음 다니게 됐다. 그전엔 출퇴근이 명확하지 않은, 프리랜서에 가까운 형태의 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어쨌든, 처음 받은 월급을 어떻게 쓸지 고민했다. 그러다 저축을 해볼까 생각했고, 적금과 주식 사이에서 며칠 동안 고민했다. 적금은 은행에 가면 되지만, 주식은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책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유명한 투자자들이 쓴 책들을 고민 없이 사서 읽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다양한 책들을 읽지만, 그때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주식과 관련된 책만 계속 읽었다.


이후 한국 기업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고, 재무제표를 뜯어보고, 뉴스도 찾아봤다. 아직 주목받지 못한 회사를 찾아 투자하면 돈을 불릴 수 있다고 믿었다. 게을리하지 않았으니 반드시 보상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명확했다. 완전한 패배였다.


나는 유명한 주식은 큰 수익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유명하지 않지만 언젠가 밝게 빛날 보석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공부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실전 경험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나는 남들과는 다를 거라는 오만함에 빠져 있었다. 그렇게 2년 동안 꾸역꾸역 추가 매수를 감행하며 1년을 더 버텼으나, 결국 수익률 -78%를 찍고 손절했다.


한동안 잠도 잘 오지 않았다. -78%라는 숫자가 잔상처럼 남았다. 처음엔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려 했으나, 아니었다. 나는 공부를 했다고 착각했을 뿐, 실상은 내가 산 종목이 올라야 하는 이유'만' 수집하는 확증 편향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좋은 재무제표는 과거의 기록이었고, 나는 그것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는 영수증인 줄 알았다. 회사가 주주를 대하는 태도나 시장의 생리는 무시한 채, 오로지 숫자라는 껍데기만 핥고 있었던 셈이다. 나의 오만함은 당연히 시장을 이기지 못했고, 근거 없는 확신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2020년에 손절한 그 종목은 2026년인 지금 내가 산 가격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다. 다만, 내가 판 가격보다는 높다.


왜일까? 나는 왜 돈을 잃었을까? 그 질문에 답하기 전까지는, 다시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내 실패의 근거를 찾기 시작했다. 코스피와 S&P 500의 차이가 무엇인지, 한국 시장과 미국 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 궤적을 살펴보았고 시장의 규모 차이도 실감하며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마음을 다스렸다. 그리고 그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나만의 투자 철학을 만들었다.


1. 한국 시장에는 돈을 맡기지 않는다.

2. 자만하지 않는다.

3.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의심한다.

4. 겁먹지 않는다.


위에 적힌 나의 투자 철학은 앞으로 쓰일 글들에 그 근거가 나온다. 물론 저 경험 이후에 폭발적인 수익을 기록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은 상황은 아니다. 투자가 무엇인지 아주 조금 알았을 뿐이다.


나는 어떤 회사에 돈을 맡겨야 하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를 제일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가 ‘믿음'으로 결론이 난다면 주저 없이 돈을 맡긴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움직이는 종목보다 회사의 방향성과 마인드를 본다.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준다면, 몇 년 뒤 이 회사가 훨씬 더 성장해서 나에게 돈을 불려줄 거란 확신이 든다면 비로소 그 종목에 베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