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000을 가도 한국 주식을 안 사는 이유

돈은 벌지만 내 주머니로 오지 않는 한국 시장

by 완연

2025년 이재명 대통령 출범 이후 상법개정안이 연이어 통과하며 한국 시장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상승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까지 한국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왜일까?

지난 글에서 말했듯 나는 내가 왜 돈을 잃었었는지, 왜 내가 실패한 투자를 했었는지 알고 싶었다. 2020년 이후로 2년 정도의 시간동안 난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주식 공부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사람은 나서 서울로, 말은 제주로, 주식은 세계 제일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서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주식 시장은 신세계였다. 시가총액의 규모가 달랐고 배당주의 경우 해마다 배당금을 인상하는 회사가 즐비했으며, 무엇보다 문화가 달랐다.


데이터 신봉자인 나는 ‘돈 잘 버는 회사는 주가가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오로지 재무제표와 회사의 전망에만 집중했고 수익에 비해 저평가된 회사만 찾기에 급급했으나 미국 주식을 찬찬히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주식은 오로지 데이터만으로 오르고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놓쳤던 것은 바로 ‘문화’였다. 한국 시장은 주주환원을 지독히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탄탄히 하기 위해 분할상장을 서슴지 않고, 수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기 보다 새로운 곳에 투자하기 바빴다. 물론 회사가 더 높은곳을 바라보기 위해 확장하고 신기술에 집중하는건 절대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건 결코 나에게 수익으로 돌아오는 일은 아니었다.


개미 A가 있다고 가정하자. A는 어떤 회사를 알게되고 그 회사의 기술과 수익모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A는 이 회사의 전망이 아주 좋을거라 생각했고 기업의 재무상태도 훌륭하며 평가 지표를 보니 지금의 주가가 싸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모아둔 돈으로 그 종목을 매수했다.


A가 보유중인 종목은 몇 주, 몇 달, 몇 해동안 등락을 반복했고 A는 원래 주식은 오르고 내리는게 당연하니 기다리면 자신에게 수익을 가져다 줄거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해가 지나고 강산이 변해도 A가 보유중인 종목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배당 인상도 없었으며(혹은 배당을 하지 않고 건너뛰거나) 자사주 소각은 가뭄에 콩나듯 하거나 아예 하지 않았다.


회사는 A의 예상대로 돈을 갈고리로 쓸어 모았으나, 주주환원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기업 확장과 운영, 경영권 방어에만 집중했다. 이런 회사의 주가는 오를 수가 없다.


난 ‘주주환원’이라는 문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회사가 돈을 아무리 잘벌어봐야 그 수익이 나에게 오지 않는다면 투자해봐야 소용이 없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보다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는 회사라면, 그런 데이터가 쌓여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기로 했다.


배당을 주는 회사의 경우 얼마나 배당을 유지했고 배당금 인상을 유지했는지, 회사의 수익 모델은 여전한지, 앞으로도 내가 5년, 10년, 20년 믿고 내 돈을 맡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경영진의 마인드가 어떤지, 이 회사는 무슨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는지, 이용자의 후기는 어떤지 파헤쳤다.


그리고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드디어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장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남는 시간에 새로운 종목을 분석하는건 어느새 고정적인 취미가 되었다. 나는 드디어 내가 투자하는 회사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다. 확신이 생기자 하락은 세일 기간이 되었고 상승은 오히려 더 사지 못한 아쉬움이 되었다. 나는 아직 더 살 계획인데 여윳돈이 생겼을 때 하필 주가가 올라있다면 아쉬운 마음으로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 때부터 한국 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아예 관심 밖이었고, 단 한주도 ‘투자’ 명목으로 매수하지 않았다. 총 주주 환원율과 자사주 정책, 배당 성향이 미국에 비해 훨씬 낮은 한국 시장은 그닥 매수 해야할 이유를 만들어주지 못한것이다.


물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주주들을 위해 수익을 돌려주는건 주주들에게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실적이 나빠지고 현금 흐름이 그리 좋지 못한 상황에 놓인 회사가 있다. 회사는 주주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내부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인상하고 돈을 끌어와 자사주 매입과 소각까지 진행해서 무리하여 주가를 관리했다.


만약 이 회사가 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미래가 그리 밝지 않은 산업군이거나 경쟁사가 넘쳐나 쉽게 해결되지 못할 상황에 놓여있다면? 장기적으로 봤을때 좋지 않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물론 이건 최악의 상황을 나열해 놓은 것일 뿐이다. 주가 상승을 위한 주주환원이 무조건적인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기업을 알아본다면 현금흐름표를 보고 이 기업의 현금 유동성이 어떤지를 파악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무 활동 현금 흐름에서 배당금 지급 부분이 늘어나고 있는지, 자사주 매입에 현금을 얼마나 쓰는지 보는것도 좋다. 하지만 손익계산서의 순이익보다 영업 활동 현금흐름이 더 늘어나 기업의 이익 체력이 진짜임이 증명되고 수익 모델이 아직까지 건재한 안정기에 접어든 기업이라면, 현금 보유 상태가 꽤 탄탄하니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 볼 수 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 중엔 이런 우수한 기업들이 많은데, 한국 시장에도 이 현금 흐름이 너무나도 탄탄하고 좋은 기업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 현금이 우리에게 수익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게 제일 문제였다.


상법개정안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주주환원을 해야하는 현 상황에서, 결국 6,000포인트를 달성해낸 코스피.


이것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 상승인지 아니면 법적 강제성에 의한 일시적 쥐어짜기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나의 마음속엔 '한국 기업은 어떻게든 피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의심이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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