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을 견뎌낼 나 자신의 유동성
주식 시장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뭐든 의심하고 조심하면 좋겠지만 그 중에도 정말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현실 노동에 대한 천시다. 사람은 언젠가 육체적 노동을 할 수 없는 나이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점에 도착하기 훨씬 전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길 원한다. 더 이상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자산을 쌓거나, 그 자산이 알아서 수익을 벌어다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길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출근을 해야 하고, 일터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며 그에 알맞은 대가를 받는다.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자산 규모에 마음이 조급해질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미래를 그리며 마음을 다스리고 현실의 노동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
투자에 있어서 몇 번의 운으로 성공을 맛본 사람들은 간혹 이 노동을 천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투자가 쉽게 느껴지고, 몇 번의 수익을 더 내면 당장이라도 직장을 때려치울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조급함을 이기지 못하고 여기 저기서 빚을 끌어와 이번에도 시장이 나의 손을 들어줄거라 착각하며 잘 알지도 못하는 종목에 거금을 넣고 손톱을 물어뜯고 식은땀을 흘리는 상황에 도달하고 혹은 이미 수익이 많이 났으니 어느정도는 잃어도 상관 없단 마인드로 여기 저기 쓰레기 같은 주식을 수집하는 행태를 보인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파멸로 이어진다.
투자 행위에 있어서 가장 핵심은 바로 '자기 자신의 현금 창출 능력' 이다. 기업 분석 할 때 보는 그 현금 흐름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현금 흐름. 내가 지금의 노동 제공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얼마인지 고정 지출은 어떻고 생활비는 평균 어느정도를 잡는지, 잉여 현금은 어느정도 일지, 갑자기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진 않았는지, 예금과 투자에 쓰는 비율을 어떻게 설정할지 이 모든것이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는 첫 걸음이다.
착각에 빠진 투자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갑자기 전업투자를 선언한 후 현금흐름이 없는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냉정하게 따져보자. 시장은 반드시 하락장을 동반한다. 이때 일상에서 현금을 창출해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지거나 예기치 못한 지출이 발생했을 때 눈물을 머금고 바닥까지 떨어진 주식을 헐값에 팔아야 할 수도 있다. 만일 이 주식이 포트폴리오의 중심인 우량한 기업이라면 그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빚투' 중이라면 상황은 더 최악이다. 이자 상환 압박과 고정 지출의 늪에 빠져,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버틸 물리적 시간 자체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도 현금이 없어서 무너졌다. 하락장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은 결국 현금이라는걸 잊지 말아야 한다.
자산 형성의 핵심 동력은 복리다. 복리의 마법을 극대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대한 공부하고 최대한 빨리 시작하여 오랜 시간 시장에 머무는 것'이다. 자신이 모든 저점을 맞출 수 있을거란 착각에 빠져 큰 돈을 쏟아붓는 것보다. 지금 당장 적은 돈이라도 굴리기 시작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한 달에 10만원씩 5년동안 연 평균 수익률 5%인 상품에 투자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원금 6,000,000원에서 당신에게 생긴 수익은 800,600원 정도로 총 6,800,600원
약 1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투자 원금이 클 수록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곡선은 가파르게 치솟는다.
일확천금을 노리기 위해 복리를 포기하고 단기매매에 집중하거나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전략도 있지만 만약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누구나 다 부자가 되어 다음 날 출근따위는 하지 않는 세상이 왔을것이다. 나는 환상을 꿈꾸기 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실행하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주식창을 들여다 보는 것보다 나에게 믿음을 주고 확신을 주는 종목 하나를 확실하게 공부하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고 상승과 하락을 자주 신경쓰는 것보다 매 월 내가 벌어올 수 있는 현금의 양을 늘리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이러한 행동을 의도적으로 생각하고 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습관으로 굳어져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게된다.
노동 수입이 크면 클 수록 씀씀이도 커진다. 이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기 때문에 지출을 줄이는 자제력을 가지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이 계좌에서 점점 줄어드는 숫자를 구경해야 한다. 이 지출을 주식 매수금으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주식은 결국 물건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채소나 과일, 기름의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 처럼 주식도 변동성이 있다. 사고 파는것도 쉽다. 단순한 종이 쪼가리가 아닌 이 회사의 운영에 나도 참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회사의 제품이 만들어지는데 내가 일조했다고 생각한다면 매수를 지출로 생각하고 씀씀이를 조절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사치를 좋아한다면 투자도 사치라고 생각해보는 것이고 커피를 좋아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주식에 커피값을 양보한다고 생각하면 즐거운 소비로 받아들일 수 있다.
투자를 고민 중이라면 버튼 하나 누를 용기만 있으면 된다. 아무리 분석해도 매수하지 않는다면 자산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일 투자가 잘 풀리더라도 절대로 일을 그만두지 마라. 꾸준한 투자는 반드시 현금 창출이 동반되어야 한다. 일하지 않는 투자는 벼랑 끝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현금은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지금은 노동력과 교환하고 있지만, 복리의 마법을 믿고 우량한 회사에 투자한다면 결국 자산의 증식 속도가 노동 수입을 추월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