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곡소리를 무시하고 나 자신을 설득하는 방법
우리가 확인하는 주가는 사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거래한 마지막 가격일 뿐이다. 8,000원에 거래되던 주식을 누군가 마지막에 10,000원을 주고 사면 그 주식은 10,000원이 된다. 만약 거래량이 많지 않은 종목이라면, 눈에 보이는 가격에 속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5,000명이 거래하는 종목과 50명이 거래하는 종목 둘 중 어느 종목의 가격대 형성이 탄탄하겠나? 참여자가 많을수록 가격은 적당한 선에서 안정될 확률이 높고, 적을수록 가격의 널뛰기는 심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참여자가 많다는 것은 이미 유명세가 높아 고평가되어 있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트렌드의 선두주자가 된 물건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금은 누구도 관심이 없지만,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해줄 필연성 덕분에 미래에는 모두가 찾게 될 물건도 분명히 존재한다.
버티브 홀딩스(Vertiv Holdings)는 액체 냉각 기술로 현재 너도 나도 사용 하는 AI, 암호화폐채굴, 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GPU의 발열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어 엄청난 수주 계약으로 근 4년간 매우 가파른 주가 상승을 보였다. 사람들은 미래에도 이 기술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고 앞으로 엄청난 수주 계약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더 오르기 전에 매수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현재 주가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생긴다. 돈을 잘 버는건 맞지만 그 수익에 대한 지금의 주가가 적정 가격인지, EPS(Earnings Per Share, 주당순이익)와 PER(Price Earning Ratio)을 보며 지금 매수했을때 내가 원하는 목표가에 도달할 수 있을만큼의 성장력을 지녔는가를 생각하며 관련 섹터에 있는 다른 종목을 보며 저울질 해보는 것이다.
주식에서 비교는 항상 타당하다. 만약 내가 찾은 기업이 앞으로의 폭발적인 성장보단 기존 고객 관리 유지와 차근차근 진행되는 인프라 확장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라면 이미 안정기에 접어들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닌 실체도 있고 폭발적인 성장도 하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매년 나에게 수익을 안겨다 줄 수 있을지,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날 일은 없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회사라면 모험의 영역에 진입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 모험의 영역이라는 것은, 지금 당장은 주가가 고평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매년 벌어낼 수익과 나에게 가져다줄 수익이 현재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지금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 판단하여 매수하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이 용기가 없다면 그냥 지수투자를 하는게 제일 속편하고 스트레스 안받는다.
이런 매수법은 보통 감당하기 힘든 상태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상승세가 계속 될 것이라 믿고 자신의 기준으로 큰 돈을 넣었는데 회사든 지정학적이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지고 주가가 하락한다면 멘탈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고 일상 생활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그런 상황 말이다. 이런 상황을 겪기 싫다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방법을 적절하게 섞어주는것이 좋다.
적립식 투자는 이미 그 효과가 많이 입증된 투자 방법이다. 주가의 등락을 신경쓰지 않고 계획대로 주식을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방법으로 리스크 관리에 최적화되어 있고 굳이 시장 반응을 일일이 살피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이용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상승세가 지속될 때 주가는 계속 우상향 하기 때문에 나는 적립식으로 해당 주식을 비싸게 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린 전략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 내가 투자한 종목의 장기적인 상승을 노리려면 주가가 크게 하락 후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을때 또는 이 주식이 아직 유명하지 않고 기대를 받지 않아 저평가 되어있을때 내가 생각한 금액보다 좀 더 크게 집중 매수 후 적립식 투자를 진행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유망한 전망은 물론이고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도 봐야하며 현재 주가가 적당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적립식 투자는 하락장과 횡보하는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그 얘기는 다들 공포스럽고 조급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을때 나는 그저 계획한 대로, 전략을 세운 대로 매수하면 그만인 것이다. 어지럽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내가 투자한 회사에 대해 보고서를 쓸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해서 믿을 수 있다면 그 회사의 주가가 어떻든 신경쓰지 않는 단계에 놓이기 된다. 사실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주가를 딱히 신경쓸 필요가 없는 이유는 여러모로 정리가 가능하다.
첫번째로 자신이 투자한 이유가 존재한다. 누구든지 아무 사이도 아닌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에게는 절대 돈을 맡기지 않는다. 이 회사에 내 돈을 맡겼다면 그에 대한 근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냥 주변에서 좋다고 해서, 회사 제품이 유명하니까, 돈 잘벌어서, 이런 이유 보다 좀 더 깊게 파고들어 이 회사에 믿음이 생기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 근거는 남을 설득하기 위함이 아니며 오롯이 자기 자신을 설득하기 위함이다. 합리화가 아닌 '설득'이다.
두번째는 주가에 상관없이 회사는 변함없이 운영중이라는 '사실'이다. 큰 악재가 터져 내부적으로 긴급 소집을 할만큼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평상시 회사는 사람들이 출근하고 일하고 영업하고 경영진들이 운영하는 일상적인 모습으로 있을 것이다. 우리가 주가창을 보며 일희일비하고 사고 팔고 울고 웃는 순간에 회사는 그런것과 아무 상관없이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소리다.
세번째는 능력이 검증되어 있는 훌륭한 경영진이 방만하지 않고 회사의 모토를 지켜가며 성장과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상태라면 투자자가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매 분기마다 보고서를 올리고 가이던스를 발표하며 회사에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솜씨가 뛰어난 대표자가 있는 회사는 주가가 하락하든 상승하든 알아서 일을 하고 있다.
주가를 계속 확인하고 신경쓰는건 쓸데없는 심적 소모만 불러올 뿐이다. 우리는 기업의 가치에 대해 연구했고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업의 2년후, 3년후는 더 빛날 것이라 생각했고 나에게 반드시 보답해 줄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렇다면 남은건 회사의 주가가 저렴해질 때마다 수량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마치 식료품의 가격이 날씨나 경기 상황에 따라 출렁이는 것처럼 주가도 똑같이 정세나 다른 외부적인 요인이나 회사 내부의 피치못할 사정 등에 영향을 받아 오르고 내리는 것뿐이다.
우리는 이 회사가 믿을만한 회사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만 집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