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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윤 Jan 25. 2022

<코러스>, 과장 없는 감동

실패하지 않은 삶, 음악, 선생의 자격에 대하여

  <코러스>는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의 작은 고아 기숙학교에 음악 선생님 마티유가 부임하게 되면서 그려지는 이야기이다.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교육방법을 사용하던 그곳에서 마티유는 학생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들의 가능성을 발견해 합창단을 조직한다.




  마티유는 자신을 실패한 음악가로서 평가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이들은 그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가시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성과도 있었다. 마티유 덕분에 모항주는 저명한 지휘자로 성공하고 (이렇게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는 이를 만나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고아였던 페피노는 가족을 얻는다. 교장이 마티유를 쫓아내는 장면에서 ‘you're nothing but a failed musician’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반발하게 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이와 관련하여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중 하나인 ‘five people you met in heaven'을 떠올리게 되었다. 놀이공원의 정비공으로 살아온 주인공 에디가 천국에서 다섯 사람을 차례로 만나는 이야기이다. 그는 자신이 항상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천국에서 다섯 사람을 만나며 자신이 그들의 삶과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였으며,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들도 여럿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이 책과 더불어 영화 <코러스>는 자신이 아무리 하찮은 존재로 느껴질 때도 결코 그렇지 않음을 알려준다.

  또한, 마티유는 우리에게 음악의 가장 큰 힘인 교화를 목격하게 해 준다. 기숙학교의 아이들은 체벌과 명령에 길들여져, 타인에 대한 믿음은 사라진 채 반항심만 잔뜩 남아 있었다. 이런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교화를 함으로써 음악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을 실현한 음악가라고 나는 마티유를 평가한다.


  교장은 ‘악숀-리악숀’을 외치며 아이들 위에 군림한다. 작용-반작용을 의미하는 이 단어를 교장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학생들의 행동인 악숀에 대해서는 항상 처벌인 리악숀이 따른다’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 하지만 악숀-리악숀은 결코 이것이 아니다. 합창이 진정한 악숀-리악숀이라는 것이다. 합창은 혼자 하는 노래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의 소리를 들어서야 비로소 내가 소리를 낼 수 있다. 내가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바로 소리는 하나의 음악이 된다. 그때 탄생하는 소리는 정말이지 아름답고 감미로운 것이다.


  악숀-리악숀 등의 교육방식으로 대변되는 교장은 영화 속 악인으로 나타나는 반면에, 마티유는 선인으로 나타나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이 진부한 흐름에 완벽히 따라가기를 거부한다. 참스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교장과 같은 위엄으로 학생들을 대함의 태도도 나름 필요하고, 마티유와 같이 학생들과의 유대감 형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장의 스승으로서 면모는 고문이나 감금 등 극단적으로 묘사해 마티유의 방법만이 진리인 듯 묘사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교장이 학생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것, 승진만을 꾀하는 모습은 옳지 못함은 인식한다. 또한 마티유의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변혁의 노력과 학생에 대한 믿음과 배

려 등은 높이 평가한다.

  영화 <코러스>는 ‘pepinot had been right all along. mathieu was fired on saturday’의 말과 함께 끝난다. 페피노에게 토요일이란 제2차 세계대전 중 사망한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러 오길 기다리는 날이다. 이런 의미를 가진 토요일에 마티유와 함께 떠났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나의 기준에 마티유는 완벽한 교사는 아니었지만, 부모의 사랑과 따뜻한 온정을 모르고 살아갔던 아이들에게는, 마티유가 교사라는 지위를 넘어서 누구보다도 부모 같은 존재였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화 제목인 <코러스>, 악기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지닌 악기는 목소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 천사의 목소리로 합창을 하는 모습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듯하다.


  영화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과장 없는 감동'이었다. 억지스럽게 갈등과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나의 큰 이야기에 자잘한 이야기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매우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인상이 남는다. 영화의 ost 또한 이와 같은 인상을 주는데, 화려하고 극적이기보단 점진적이고 차분한 느낌이 영화를 잘 표현한다고 느꼈다. <코러스>의 마지막 장면 중 떠나는 마티유 선생님에게 종이비행기에 편지를 적어 날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영화 제목 그대로 ‘코러스’가 되어 마지막을 장식해 나간다. 단번에 추락하는 종이비행기도, 허공을 가르며 내려오는 종이비행기도, 천천히 착지하는 종이비행기도 있는 모습에 그 조화가 마치 화음을 이루는 듯하였다. 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엔딩곡을 들었던 그때, 마음에 남은 여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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