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질 듯한 두통, 그리고 글을 쓰는 나

글은 내게 작은 회복의 힘을 건네준다.

by 이연화



머리가 너무 아프다. 왜 그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날씨 탓인지, 신경을 곤두세운 탓인지, 아니면 에너지가 고갈된 탓인지. 원인 모를 두통은 불시에 찾아와 나를 무너뜨린다. 감기나 대상포진처럼 몸이 아플 때도 두통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머리가 깨질 듯 쿵쾅거릴 때는 약조차 소용이 없다. CT와 MRI도 찍어봤지만 “정상”이라는 말만 돌아올 뿐이다. 이유를 모른 채 버텨야 하는 이 갑갑함이 더 고통스럽다.

한 번 찾아온 두통은 며칠씩 내 일상을 무너뜨린다. 머리가 띵하고 눈까지 아파오면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그럼에도 혹시 자연을 바라보면 조금은 나아질까 싶어 집 밖을 나와본다. 하지만 흐리고 습한 날씨는 오히려 몸까지 눅눅하게 만들어, 개운함은커녕 더 무겁게 짓누른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글감을 찾고 있었다. “좀 쉬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손가락은 핸드폰 메모장을 열고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다. 참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한 습관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알게 된다. 내가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순간에도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두통을 잊는다. 고통 속에서도 글은 내게 또 다른 생기를 준다. 그래서 이 감정은 묘하다. 슬프면서도 즐겁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위로가 된다.

두통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지만,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진다. 오늘도 나는 아픈 몸을 이끌고 메모장을 열며 생각한다.
“아프지만, 쓰고 있구나. 그래서 여전히 살아있구나.”

글은 내게 작은 회복의 힘을 건네준다. 오늘의 글이 고통을 완전히 없애주진 않지만, 분명 나를 지탱해 준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언젠가 이 두통의 날들도 글 속에서 단단히 녹아, 나를 더 깊고 강하게 빛나게 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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