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는 바람이 아니라 시선이 만든다

차가운 날, 따뜻함을 발견한 순간

by 이연화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춥지는 않았다.

햇빛은 따뜻했고,
연둣빛 잎들은 막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고,
하얀 꽃들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 모습이 꼭 누군가와 닮아 있었다.

나들이 나온 엄마와 아이 같기도 했고,
서로의 이야기에 웃음이 터진 연인 같기도 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들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대신,
그저 자연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삶도 그런 게 아닐까.
피하려고 애쓸수록 더 힘들어지고,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길 때
오히려 덜 아프고, 더 가벼워지는 순간들.

오늘 나는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상황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온도를 만든다는 것도.

그래서인지
그 작은 꽃들이
괜히 더 환하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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