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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악한 왼손잡이가 세상을 견디는 법

90%에 들지 못한 10%가 사는 법

by 빅초이

왼쪽에서 날아와 새된 새

로마에는 하늘에서 날아오는 새를 보고 점을 치던 관료가 있었다. 어떤 새가 날아오는지, 몇 마리인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보고 점을 쳤다. 특히 새가 동쪽(오른쪽)에서 날아오면 좋은 점괘, 서쪽(왼쪽)에서 날아오면 나쁜 점괘라 여겼다. 이렇게 새를 보고 점치던 관료를 Augur(아우구르)라고 불렀다. 이 아우구르에서 유래해 오늘날 영어에서 augury는 전조, 조짐, 예언을 뜻한다.


비호감과 나치 선생

라틴어로 왼쪽은 sinister(시니스터)이다. 이후에 고대 프랑스어에서 senestre는 ‘반대의, 잘못된, 비호감의’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영어로 sinister는 ‘사악한, 불길한’으로 뜻이 바뀌었다.

라틴어로 오른쪽은 dexter(덱스터)다. 오늘날 영어에서 dexterous는 ‘손재주가 좋은, 능숙한’ 뜻이다. 미국 TV 시리즈 중 ‘덱스터’라는 범죄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경찰로서 흉악범을 벌주는 솜씨가 아주 좋다. 그래서 주인공 이름도 Dexter이다. 예로부터 인간은 오른손은 솜씨가 좋고 성스러운 손이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왼손잡이를 미워하기를 계모가 콩쥐 미워하듯 했다. 중세 유럽에서 왼손잡이는 악마의 하수인, 마녀 취급을 당했다. 나치 독일은 왼손잡이를 열등한 인간으로 여겨 강제로 교정을 했다. 나는 왼손잡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은 표독스럽게 오른손 '교정'을 시켰다. 호통치던 그 선생은 콧수염도 없었지만 성격만큼은 제법 히틀러 같았다.


Southpaw 사우스포

미국에서 1800년대 후반에 야구장을 지을 때는 주로 투수가 서쪽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게 지었다. 이유는 늦늦은 오후 경기 때 타자가 지는 해를 마주 보면 눈이 부셔서 공을 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투수가 왼손잡이면 서쪽을 보고 팔은 남쪽으로 향한다. 어느 스포츠 기자가 왼손투수를 보고 남쪽(south)과 동물의 앞발(paw)을 합쳐 southpaw(사우스포)라고 익살스럽게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에 사우스포는 스포츠에서 왼손잡이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써보면 어색하다. 자기 이름을 왼손으로 쓰려면 이사 한 새집에서 첫날 새벽에 깨서 화장실을 갈 때처럼 헤맨다. 스포츠에서는 오른손잡이가 사우스포를 상대할 때 이런 어색함을 느낀다. 이유는 90%의 오른손잡이들이 왼손잡이를 상대해 본 경험은 10%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싱이나 펜싱 같은 격투스포츠는 왼손잡이의 승률이 높다. 탁구나 테니스도 마찬가지다. 왼손잡이가 공을 감아치면 오른손잡이는 마치 15세기 아메리카 원주민이 스마트폰 화면 속 포켓몬고 몬스터라도 본 것처럼 신기하게 보인다. 야구에서는 ‘왼손잡이 강속구 투수는 지옥까지 가서라도 데리고 와야 한다’고 할 정도로 왼손을 귀하게 여긴다.


창의적 적응

가위는 왼손으로 자르면 잘 안 잘린다. 문손잡이도 오른손잡이가 편하게 오른쪽에 붙어있다. 컴퓨터 마우스, 와인 따개, 카메라 셔터, 카드단말기.. 모두 오른손잡이가 쉽게 쓰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왼손잡이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세상에 적응한다. 이것을 창의적 적응(Creative Adaptation)이라고 한다. Creative(창의적인)의 어원은 라틴어 creare (만들다)에서 유래했다. 인도유럽조어로 cre-가 들어가면 무언가를 만들고 자라게 한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crescent(초승달모양)은 달이 자라나는 모양이라 해서 초승달이 되었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영어로 The Fertile(비옥한) crescent (초승달)이라고 한다. 버터 맛이 가득한 빵 크로와상(croissant)의 이름도 고대 불어에서 초승달을 뜻하는 creissant에서 유래했다.


Adaptation(적응)의 라틴어 어원은 ad(-쪽으로, -에) + apatare (맞추다)이다. 말 그대로 어떤 것에 맞춘다는 뜻이며 adapt에서 접두사 ad를 빼고 apt만 쓰면 ‘적절한, 소질 있는’이라는 단어다. 즉, 소질이 있다는 것은 원래부터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쓰냐에 달렸다.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 세상에 창의적 적응을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양손잡이가 되는 것이다. 양손잡이는 영어로 ambidextrous(양손을 쓰는)이다. 라틴어 어원으로 쪼개면 ambi(주위, 양쪽)과 dexter(오른손)을 합친 말인데, 왼손까지 모두 오른손처럼 능숙하게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접두어 ambi-는 amphi-로 쓰기도 한다. amphibian(양서류)이 대표적인 단어다. 개구리나 두꺼비처럼 양서류는 땅과 물, 양쪽에서 서식할 수 있기 때문에 '양서'인 것이고, 그래서 어원도 amphi-(양쪽)이 들어갔다. 작가 윌리엄 아서는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야망을 품은’이라는 단어 ambitious도 라틴어 ambitio(야망)에서 유래하여 이것저것 양쪽 다 경험해 보고 싶다는 뜻이다. 다비드상을 조각한 미켈란젤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반 고흐, 천재화가 피카소, 만유인력의 뉴턴,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 테니스선수 나달, 축구선수 메시, 홈런왕 베이브 루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 악성 베토벤, 35살에 황제가 된 나폴레옹… 모두 왼손잡이다. 이런 역사적 인물들이 왼손잡이인 게 알려지면서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요즘에는 ‘왼손잡이. 특이하고 좋잖아?’ 혹은 ‘왼손잡이가 창의적이래’ 라고들 하며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왼손을 쓰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왼손잡이들의 창의적 적응은 소수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잘 알려준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다양한 소수 학생이 있다. 이민자의 자식으로 외국인으로서 소수 그룹에 속할 수도 있고, 성소수자도 있으며 신체장애나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있다. 한국 사람들이 행복에 관해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을 생각해 보면 누구나 다수와는 조금씩 다른, 왼손잡이 같은 소수라는 뜻이다. 왼손잡이가 그랬듯이 다수가 지배하는 세상에 자기만의 방법으로 창의적 적응을 하길 바란다. 그리고 다수에 소속되는 것이 아닌, 다수를 뛰어넘는 왼손 위인들처럼 되길 바란다.



*어원 리뷰

1. Augury (어규리: 전조, 조짐, 징후)

로마에서 새를 보고 점괘를 보던 Augur(아우구르)에서 유래

새가 전조가 여겼다.


2. Sinister(시니스터: 사악한, 불길한)

라틴어로 왼쪽 sinister에서 유래.

왼쪽, 서쪽은 해가 지는 곳이라 하여 불길하게 여겼다.


3. Dexterous(덱스터러스: 솜씨좋은, 능숙한)

라틴어로 오른쪽 dexter에서 유래. 오른손=능숙한 손.

오늘날 손재주가 좋다는 뜻의 남자이름 Dexter 로도 남아있다.


4. Southpaw (사우스포: 왼손잡이)

스포츠, 특히 야구에서 왼손잡이를 이르는 말. South(남쪽)+Paw(동물의 앞발, 발바닥)

왼손투수의 팔이 남쪽을 본다고 하여 지어진 별명이다.


5. Creative(크리에이티브: 창의적인)

라틴어 creare (만들다)에서 유래.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듯 창조하는 것, 창의적인 것.


6. Crescent (크레슨트: 초승달, 반달모양의)

라틴어 crescere(자라다, 증가하다)에서 유래.

초승달은 보름달로 자라나는 달이기 때문.

세계사에서 배운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지대 = the Fertile Crescent


7. Croissant(크로와상)

라틴어 crescere(자라다, 증가하다)에서 유래.

영어로 초승달인 crescent를 고대 프랑스어에서 creissant 라고 썼다.

크로와상은 초승달(crescent) 모양이니까.


8. Adaptation(애덥테이션: 적응)

라틴어 ad(-쪽으로)+apatare(맞춤, 들어맞음)에서 유래.

환경에 맞춘다는 뜻. 전원코드 '아답터(adapter)'도 여기서 온 말이다


9. Ambidextrous(앰비덱스트러스: 양손잡이의)

라틴어 ambi(양쪽)+dexter(오른쪽)을 합친 말.

왼손, 오른손 모두 쓴다는 뜻.


10. Amphibian(앰피비언: 양서류)

라틴어 ambi(양쪽)+dexter(오른쪽)을 합친 말.

그리스어로 amphi(양쪽)+bios(생명)을 합친 말이기도 하다.

개구리처럼 물과 땅, 양쪽에서 살 수 있는 동물.


11. Ambition(앰비션: 야망)

라틴어 ambi(주위, 양쪽)+ire(가다)가 합친말.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에서 유래.

주변 사람들을 포섭하여 정치를 하려는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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