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과 중력(Mass and Gravity)
우리는 몸무게가 얼마냐고 묻지, 몸 질량이 얼마냐고 묻지는 않는다. 과학적으로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지금 내 몸무게는 지구 중력이 당기는 만큼이 느껴지는 무게이기 때문이다. 내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싶은 사람은 ‘제 몸무게는 달 무게로 몇 킬로냐면요…’ 라고 해보자.
뉴턴은 물체가 질량이 클수록 중력도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통장잔고가 넉넉하면 마음도 너그러워지는 것처럼. 중력(Gravity)의 어원은 라틴어 gravis(그라비스: 무거운, 무게를 짊어진)에서 유래했다. 여기에서 유래해 Grav-/Griv가 들어가는 단어는 무게와 무겁다는 뜻을 가진다. 예를 들어 Grave(그레이브: 무덤, 심각한, 중대한)은 ‘의미나 상황의 무게감이 있는’이라는 뜻이다. Grief(그래프: 슬픔, 비탄) 역시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슬픔이라는 뜻이다. 영어에서 ‘Good grief! (세상에나, 맙소사)’라는 문장을 아주 자주 쓰는데, 놀람, 당황, 화남, 실망을 탄식하는 표현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와 진짜 대박…’과 비슷하다.
*밀당에 실패하면 펑!
한국인은 유난히 블랙홀을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한다. 대여섯 살 아이들도 블랙홀은 안다. 우리가 블랙홀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아마 밀당을 즐기는 민족이라 그런 것 같다. 남녀가 사귀기 전에 썸타고 밀당을 하듯이 별도 밀당을 한다. 별의 밀어내기는 별 속에서 핵융합으로 폭발하는 것이고 당기기는 별의 중력으로 당기기를 한다. 이렇게 별의 밀당이 성공해서 힘의 균형을 이루면 그 별은 지속되고 빛이 난다.
썸녀와 썸남 중 어느 한쪽의 감정의 온도가 달라서 밀당이 끝나면 그 관계는 김이 빠지는 정도로 끝난다. 하지만 별은 밀당이 끝나면 죽는다. 별의 알맹이가 쪼그라들고, 젠가에서 제일 아래 블록을 빼다가 무너지듯 별 속의 핵은 와르르 붕괴하며 폭발한다. 이렇게 별의 핵이 폭발하는 위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1,000해 배인데, 태양계 80억 개를 날려버릴 힘이다. 이 폭발이 초신성(슈퍼노바: supernova)이다. 인간은 죽을 때가 가장 약한 때인데 별은 죽을 때 가장 강한 힘을 보여준다.
초신성(supernova)은 라틴어로 super(-을 넘어서, 위에)와 nova(새로운 것)가 만난 단어다. Nova(노바: 신성)의 형용사형은 novus(새로운)이다. 여기에서 유래해 영어에서 nov-가 들어가는 단어는 새롭다는 뜻을 가진다. Innovation(이노베이션: 혁신, 새로운 것)은 in(-안쪽으로)+novus(새로운)이 만난 단어다. 소설(노블: novel)도 새로운 형식의 글이라는 뜻이다. 소설 이전에는 신화나 서사시 중심이었지만 소설은 개인의 이야기를 지어내서 쓰는 새로운 장르였다. Novice(노비스: 초심자)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nov-로 시작한다. 또한 19세기 말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예술운동 ‘Art Nouveau’(아르누보: 새로운 예술)에서 Nouveau(누보: 새로운) 이라는 단어도 라틴어 novus에서 파생된 프랑스어다.
슈퍼노바 이후에 죽은 별은 음료수 캔이 재활용처리장에서 딱지처럼 납작해지듯이 꾹꾹 압축된다. 그런데 경기도 정도의 크기로 작아진 별이 가끔 태양보다 몇십 배 무거울 때가 있다. 마치 키가 작아도 자존심은 아주 센 남자처럼. 질량이 큰 만큼 중력도 강해서 주변의 물질을 죄다 빨아들인다. 이것이 블랙홀(Black hole)이다.
*강착원반
블랙홀은 무작정 시커먼 색을 하고 있을까? 블랙홀 주변의 가스, 먼지, 별의 조각들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블랙홀에 끌려간다. 추운 겨울날 두 손바닥을 살살 비비기만 해도 따뜻해지는데, 빛의 속도로 충돌하고 마찰열을 내는 이 물질들은 태양보다 더 뜨겁다. 이때 밝기도 태양 밝기보다 수천, 수만 배 더 밝다. 이렇게 밝고 환하게 타는 물질들이 블랙홀 근처로 돌면서 원반 모양을 하는데, 이것을 강착원반(accretion disk)라고 한다. 여기서 강착, 부착을 뜻하는 단어 accretion(어크리션)의 어원은 a(-쪽으로)+crescere(성장, 증가하다)인데, 블랙홀의 중력에 주변 물질이 점차 쌓이면서 추가로 붙여놓은 부착물 같다는 뜻이다. 라틴어 crescere(성장하다)에서 파생한 단어로 increase(증가)가 대표적이다. in(안쪽으로, )+crescere(성장)해서 순조롭게 자라는 증가라는 뜻이다. 반대로 접두사 de(부정, 떨어져서)와 만나면 decrease가 되어 (감소)가 된다. 음악 용어 crescendo(크레셴도)는 라틴어 crescere(자라다)가 이탈리아어가 되어서 ‘(음악에서 소리를)점점 크게’라는 뜻이다.
*삶이 어두울 때
강착원반은 그 밝기가 태양보다 최대 수천억 배까지 밝다. 태양이 한 마리 반딧불이라면 강착원반은 동해안 밤바다에 떠 있는 오징어잡이 배의 조명이다. 빛조차 없는 블랙홀과 우주에서 가장 밝은 빛을 내는 강착원반은 극단의 공존이다. 내 기분이 블랙홀일 때도 옆에서 등불이 되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쯤은 있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내가 그 역할을 하면 된다. 내 마음 속 블랙홀 옆에는 강착원반이 빛나고 있다. 그리고 블랙홀의 중력이 강할수록 강착원반은 더 빛이 난다.
단어 리뷰
1. Gravity(그래비티: 중력)
라틴어 Gravis(그라비스: 무게, 무거움)에서 유래.
즉, 중력 Gravity는 무거워서 떨어지는 것, 무거운 것끼리 끌어당기는 힘
2. Grave(그레이브: 심각한, 중대한)
라틴어 Gravis(그라비스: 무게, 무거움)에서 유래.
의미나 상황이 무게감 있는, 중대한
3. Grief(그리프: 비탄, 한탄)
라틴어 Gravis(그라비스: 무게, 무거움)에서 유래.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감정: 슬픔, 비탄
4. Good grief! (굿 그리프: 와 진짜... 쫌...)
Good이 붙어서 좋다가 아니라
Good은 Grief를 강조할 뿐.
슬픔, 당황, 화남 등을 탄식하는 문장이다.
5. Supernova (슈퍼노바: 초신성)
Super(~위에)+Nova(신성)
Nova(신성)의 라틴어 어원은 novus(노부스: 새로운)이다.
신성을 뛰어넘는 빛과 에너지를 내는 현상이라서 초신성이다.
6. Novel (노블: 소설)
라틴어 Novus(새로운)에서 유래.
이전 스타일과는 다른 새로운 문학 작품이라는 뜻.
7. Novice (노비스: 초보, 초심자)
라틴어 Novus(새로운)에서 유래.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
8. Art Nouveau ([프랑스어 발음으로] 아르누보: 새로운 예술]
라틴어 Novus(새로운)에서 유래.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예술 스타일
9. Accretion (어크리션: 응착, 부착)
라틴어 Crescere(성장, 증가하다)에서 유래
눈덩이 굴리면서 크기를 키우듯이 덩어리가 물질을 더 부착하면서 커진다는 뜻.
10. Increase (인크리즈: 증가, 증가하다)
라틴어 in안쪽 + crescere(성장, 증가하다)에서 유래
말그대로 양이나 정도가 증가하는 것.
11. Decrease (디크리즈: 감소, 감소하다)
라틴어 de떨어져, 벗어나서 + crescere(성장, 증가하다)에서 유래
Increase와 반대로 성장, 증가하는 쪽에서 멀어진다는 뜻
12. Crescendo (크레센도: 점점 크게[음악용어])
라틴어 Crescere(성장, 증가하다)에서 유래
라틴어 Crescere가 이탈리아어로 변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