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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뚱뚱해도 괜찮아 협회

by 빅초이

1. 미국인은 모르는데 한국인은 잘 아는 그 단어

수도권의 어느 외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미국인 선생님이 물었다.

“우리학교 여고생들이 글쓰기 주제로 가장 많이 쓰는 주제가 뭐게요?”

“바로 Lookism(루키즘)이에요.


루키즘이란 Look(외모)와 -ism(-사상, -주의)를 합쳐 만든 외모차별, 외모지상주의다.

그런데 미국에선 이 단어를 거의 안 쓴다. 심지어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도 꽤 많다고 한다.


Lookism을 검색하면 한국의 웹툰만 나온다. 이 단어는 국산이다.



2. 눈에 보이는 몬스터

60년대에서 70년대, 미국은 굵직한 시민운동과 시위를 겪으며 시민의식이 성숙해졌다.

시민운동은 영어로 Civil Right movement이다.
Civil(시블: 시민의)은 라틴어 Civilis(시빌리스: 시민, 시민다움)에서 유래한 단어다.

고대에는 야만인과 구별하기 위해 ‘야만적이지 않은=교양있는, 예의바른’이라는 뜻이 더해졌고

중세에는 전쟁이 잦은 와중 군인과 구별하기 위해 Civilian(시빌리언: 민간인) 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흑인들의 차별 반대운동


당시 미국인들은 교양 있는 시민으로서 주장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흑인차별금지, 다른 하나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시위(Anti War Protest) 였다.

Protest(프로테스트: 시위)의 어원은 pro-(프로: 앞에서)+testari(테스타리: 증언, 선언하다)이다.

여러사람들이 앞에 나가서 할 말을 한다는 뜻이다.

중세 프랑스어로 protester는 항의보다는 종교적 신념을 선언을 하다는 뜻이었고,

이후에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사회체제에 대한 반대를 한다는 뜻이 되었다.


Protest의 어원 라틴어 Testari(증언하다)는 오늘날 영어단어에 이렇게 남아있다.

Testify(테스티파이: 증언하다)= test(증언하다)+~fy(동사 -되게하다)

Testimony(테스티모니: 종교적 증언)=test(증언하다)+ ~mony(명사형 어미)

Contest(콘테스트: 경쟁)= con(서로, 함께)+test(증언하다) = 서로 논쟁하며 경쟁하다

베트남 반전시위(Anti War Protest) 군중 뒤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Demonstration(데몬스트레이션: 시위, 설명)라는 단어도 Protest와 비슷한 뜻이다.

흔히들 시위를 데모라고도 하는데, 이 단어를 줄인말이다.

라틴어 De(강조)+Monstare(몬스타레: 보여주다)가 만난 단어로, 강하게 자기 의견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라틴어 Monstare는 Monster(몬스터: 괴물)의 어원이기도 하다.

왜 안 보이는 괴물이 '보여주다'에서 유래했을까?

고대 로마인들은 몬스터를 신이 경고로 보여주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Monstare(보여주다)에서 파생되어 위험과 경고를 미리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Monere(모네레: 경고하다, 조언하다)도 쓰였다.

그래서 단어에 -mon이 들어가면 '경고'의 뉘앙스가 강하다.

Premonition(프리모니션: 예감, 징조)= pre(앞에, 미리)+mon(경고) = 미리 알려주는 징조

Admonish(어드모니시: 훈계하다, 경고하다)=ad(-쪽으로)+mon(경고) = 누군가를 향해 경고하다

Summon(써먼: 소환하다, 부르다)=sub(아래)+mon(경도)=내 밑으로 집합! 불러냄, 소환

Monster는 눈에 보인다는 뜻이다.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James가 아기 Boo 눈에 보인 것은 필연적.


3. 뚱뚱해도 괜찮아 협회

흑인과 반전시위자들의 항의(Protest)와 시위(Demonstration)는 성과를 냈다.

흑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고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은 손을 뗐다.

정치, 외교적 문제들이 해결되자 다음에는 페미니스트들과 성소수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당시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였던 흑인과 히피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성소수자들은 동기와 용기를 얻었다.

당시 페미니즘과 맞물려 등장했던 것이 Fat Acceptance Movement 이다.

‘뚱뚱한 것을 받아들이자는 사회운동’ 이라는 이 운동을 시작으로

이후에 National Association to Advance Fat Acceptance 라는 민간단체도 설립된다.

‘전국 비만 수용 증진 협회’ 이지만 좀 더 정겹게 '뚱뚱해도 괜찮아 협회(aka 뚱괜협)'라고 부르고 싶다.


협회 이름인 뚱뚱한 걸 '받아들여'에서 받아들인다는 단어는 accept이다. 이 단어의 어원은

Accept(억셉트: 받아들이다)= ad(-쪽으로)+capere(잡다, 손에 넣다)이다. 그런데 이 단어와 반대로

Except(익셉트: 제외하다)= ex(밖, 밖으로)+capere(잡다, 손에 넣다) = 제외하다 라는 단어가 있다.

Accept는 받아들이는거고 Except는 빼버리는거다.

우리말로 치면 '지향'과 '지양'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미국인끼리 대화할 때도 헷갈리지 않게 accept는 except만큼은 서로 확실하게 발음한다.

뚱뚱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뚱뚱해도 괜찮아 협회'



4. 외모지상주의 대결: 미국 vs 한국

Lookism(루키즘)은 미국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 단어는 70년대 초반 ‘뚱뚱해도 괜찮아’ 운동을 할 때 워싱턴포스트 신문에서 잠시 등장하고,

이후에는 기사에서 1억 단어 중 1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쓰이지 않는다.

Lookism을 미국에서 쓰지 않는 이유는

첫째, Appearance-based Discrimination (외모에 따른 차별)
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이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은 얼굴보다는 체형을 중요시한다. Look은 얼굴이나 얼굴 표정에 관련된 단어다.

셋째, 미국인들은 Lookism이라는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외모에 대한 차별을 많이 하지 않는다.
한국에 비하면 태풍과 나비의 날갯짓 정도의 차이랄까.



I have a dream that one day our children will live in a nation
where they will not be judged by the color of their skin
but by the content of their character.


마틴 루터킹은 말했다.
"나는 언젠가 우리의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그들의 인격에 의해 판단받는 나라에서 살기를 꿈꾼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언젠가 우리의 아이들이 외모가 아니라
그들의 인격에 의해 판단받는 나라에서 살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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