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5 포스텍 방문
대표님께서 계열사 방문 일정을 잡았다. 주력 계열사가 화학이다. 울산, 온산에 공장이 있다. 가는 길에 오전은 포항에서 방사광 가속기를 보고 가자고 말씀드렸다.
포스텍 평의원으로 있으며 한해 서너 차례 회의에 참석한다. 때때로 가속기 관련 현안이 상정된다. 그런데도 아직 가보지 못했다. 동문회장을 했던 친구가 지인에게 가속기 투어를 주선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했던 기억도 있고.
학교에 연락했다. 총동창회 회장 대행일 때 뵈었던 분이 대회협력팀장이었다. 많이 배려해주셨다. 대표님께서 화학 대표님께도 가보시자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이러저러하다 가시는 것으로. 총장님도 오전에 시간이 된다고 하셔서 총장님과 간담회도 잡았다.
창투 대표님과 나, 화학 대표님과 신사업 임원, 포스텍 출신 연구원, 일행은 5명으로 결정. 화학 대표님 일행은 울산에서 오기로 했다. 창투는 당일 서울서 출발. 포스텍에서 포항역에 차를 보내주겠다 했다. 화학 대표님께서 우리 가족은 우리가 챙긴다 하시며 포항역에서 서울팀을 태우고 가기겠다 했다.
나는 수서역에서 6:30 출발, 대표님은 6:45 동탄에서 탑승. 동대구역에서 환승, 포항역에서 화학 일행을 만나 학교로.
총장님과 차를 한잔 했다. 총장님의 열정과 사랑은 대단하다. 다음은 포스텍 투어. 비 예보가 있어서 실내 투어로 변경. 도서관을 구경했다. 멋과 예술로 잘 지어진 도서관. 원래 도서관은 청암 기념관으로 바꿨다. 내가 졸업 후 지어졌다. 다행이다. 도서관이 강의동에서 넓은 잔디밭을 건너가야 한다.
이제 가속기로..
소장님께서 직접 설명해주셨다. 포스텍에 88년 물리과에 부임하셨다. 지금은 가속기를 맡고 계신다. 가속기의 역사. 경위. 성과 등.
쿼드, 원자, 중성자. 물리적 말씀에 없었다. 적절한 비유와 디테일로 재미를 더해 주셨다.
3세대 원형, 4세대 직속 가속기 2기가 있다. 모양과 세대는 연관성이 없다 하셨다. 어쩌다 그렇게 부르게 되었는데, 지금은 행정(정부) 쪽에서 그렇게 용어를 쓰고 있어서 꼭지화 되었다고. 세대가 올라갈수록 빛은 1,000배가 더 세다.
원형은 다양한 파장의 빛을 만들어 내고, 직선은 엑스선을 만든다고 하신 듯. 가속기 자체를 만들기는 직선형이 난이도가 휠 높다 하셨다. 원형이 좀 더 어렵지 않나 했는 데 의외였다. 일단 땅이 크게 필요하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지하 40미터 이하에서 만든다 했다. 그 이하는 지표의 땅 소유와 상관없이 정부 소유라고. 우리나라도 그런데, 일본은 땅 밑도 개별 소유라네. ㅎ
정말 정밀해야 한다. 가속기, 원자… 그러니 저 설비가 정밀하게 수평을 이뤄야 한다. 여기에 생각도 못한 여러 요소가 있었다.
우선, 2번의 지진이 있었다. 경주, 포항에 각 한번. 그때 조금( 0.0000000~001, 펨토 단위인가?) 이동이 있었다 했다.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포항 지진 때는 마침 점검 중 발생했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전 지점으로 돌아가 오차를 즉시 재었다고.. 불안하셨을 텐데 역시 프로들이다.
생각도 못한 변수, 하나. 지구는 둥글다. 직선형은 1킬로미터. 수평이라는 것이 지표면을 따라서 평형인 거다. 그래서 1킬로가 직선이 아니고 아주… 아주 완만한 곡선이다. 이게 시작과 끝, 지구 둘레 1킬로와 직선 1킬로 사이에 오차가 있다. 이걸 보정해야 줘야 한다고..
둘, 포항은 항구도시. 영일만 밀물과 썰물로 해수면이 1미터 정도 차이가 있다. 밀물일 때는 지하수도 꽉 찬다. 쉽게 말하면 땅이 물 위에 조금 뜨게 된다. 이것도 보정해야 한다고.
포항가속기는 2년 만에 완공하고 잘 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다른 곳에도 가속기가 있다. 그곳은 아직(?) 제대로 건설이 잘 되지 못하고 있다고. )
세계에 직선형은 5개 정도.. 우리가 제일 후발인데, 건설과 유지 능력이 뛰어나서 3위 수준으로 올라왔다 했다. 소장님 표현으로는 원형은 좋은 물건, 직선형은 명품 중의 명품. 선진국이면 소장하고 싶은 시설로 보면 된다고.. 자부심 뿜 뿜..
가속기를 어디에 쓸까 궁금했다.
원형 가속기 주변에 연구실. 한쪽 보드에 모기 사진(동영상)을 보여주셨다. 모기가 피를 빨아먹는 사진이다. 그때 미세 근육들의 움직임. 가속기로 찍은 사진이라고. 과학 연구는 자연이 선생이다. 거기에 답이 있다고. 모기의 흡입 메커니즘을 연구해 사람 몸에 넣을 수 있는 아주 작은(효율적인) 펌프를 만든다면.. 인슐린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적절한 시간마다 약을 주입할 수 있을 거라고.
동물보다 더 뛰어난 시스템이 식물. 그 자리에서 모든 걸 해야 하니 기능이 한층 더 많고 복잡하고 알 수가 없다고. 광합성 메커니즘만 알 수 있으면 식량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냐고.. 그 현상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연구가 빨리 질 거라고.. 이렇게 예를 들어주시니 이해가 쏙쏙.
말이 그렇지 그 순간을 찍으려면, 그 순간을 포착해야 하고, 그에 딱 맞춰 빛을 보내야 하고.. 빛으로 빛을 맞추는.. 날아가는 총알을 총알로 맞추는 건 세발의 피 같다.
이런 가속기를 만드는 수많은 부품. 아베 총리가 지난여름 반도체 소재로 공격하면서 가속기 연구소는 모든 부품을 점검했고 이제 하나만 빼고 모두 국산화되었다고 한다. 예고된 재앙은 재앙이 아니다. 어쩌면 아베 쌩큐 다.
아.. 그 모기는 실험 후 20초를 더 살았다고 했다.
처음 가속기를 계획하고 부지를 살 때 초안을 보신 김호길 총장님. 사방으로 몇 배로 선을 그어셨다 했다. 땅은 이렇게 사야 하는 거야 하시면서. 나중에 거기에 직선형을 지을 수 있었다. 돌아가신 총장님이 4세대 가속기를 선물로 주셨다.
보는 내내, 듣는 내내 감탄. 가속기 가속기 그렇게 많이 들으면서, 왜 이제야 왔을까. 이걸로 할 수 있는 연구가 무궁무진하다. 많이 알려야겠다. 미국에서 사용하려고 하면 언제 순서가 올지 모르고, 딱 12시간 정도 시간을 준다고. 또 하려면 또 대기해야 하고. 화학 대표님도 반드시 이 시설을 이용하는 프로젝트를 해야겠다고 하셨다.
산업시찰 중 최고. 약간의 비가 이 흥분을 조금 가라앉혀 주었다.
총장님이 영일대에서 점심까지 사주셨다. 다방면의 풍부한 경험과 인사이트, 위트를 반찬으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화공과 교수님들과 협업을 서로 제안하고 이야기했다. 첫 라운드테이블. 그리고 이제 울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