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친구(교수)를 만나러 갔다. 늘 이맘때 갔다. 목적은 대게 파티. 이번엔 저녁 시간보다 좀 일찍 오라 했다. 옆방 교수님이 창업을 고민 중이라고, 상담을 부탁했다.
교수님은 자부심을 뿜어냈다. 자율주행 쪽에서 오브젝트 인식이 핫한데, 방위 프로젝트를 하면서 수준 높은 날리지를 구축하셨다.
질문했다. 왜 창업하려고 하나요? 큰돈을 벌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나요? 꼭 이걸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어떤 사명의식 같은 거요. ( 창업은 길고 험하다. 오랜 세월 버티려면 분명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남들 눈에 바람직하지 않아 보일지라도..)
논문으로만 쓰자니 계속 기술만 노출만 되는 것 같다. 창업으로 상용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업하고 5년 이내 폐업하는 가장 큰 이유가 “시장 없음”이다. 교수님 기술은 상용화될까요? 어떻게 가능성을 확인했나요?
방위 프로젝트하면서 “될 것 같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 자동차 기업 하고도 논의 중이다.
그럼 바로 창업하시지요? 왜 망설이시나요?
본인 성격상 사업이 맞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교수다. 바쁘다. 마케팅한다고 돌아다닐 시간이 없다. CTO 정도가 적합하다 생각한다.
본인 성격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 ( 말씀 안 해도 짐작하고 있다. )
기술을 상용화하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다. (1) 직접 창업하는 것, (2) 파트너와 조인트 벤처 설립, (3) TLO(기술 라이센싱)이다. 직접 창업은 어렵다 생각하시니 제외한다. TLO는 그냥 기술을 넘기는 거다. 신경 쓸 일도 적다. 대신 리턴도 작다.
공동 창업이 좋겠다. 가장 좋은 파트너는 랩 졸업생이다. 5~6년 사회 경험 있는 창업 파트너가 될 제자가 있으신가요?
취업이 너무 잘 돼서 제자들이 창업에 관심 없다.
(꼭 그럴까 싶지만..)
몇 가지를 말씀드렸다.
창업이던 조인트벤처던 직접 마케팅, 영업해야 한다. 현장 피드백을 직접 듣고, 고도화해야 한다. 연구실과 현장은 서울과 부산만큼 멀다. 첫 사이트는 무조건 직접 다루셔라.
스타트업은 초기에 CTO, CEO, CMO 나누는 건 의미 없다. 총력전이다. 그래서 시간을 줄여야 한다. 오래 걸리면 버티기 힘들다.
시장을 한번 더 확인하셔라. 주먹구구 방식이라도 비슷하게 활용하고 있는지, 현장을 찾아보시라. 에어비앤비는 민박을 사업화했다 볼 수 있다. 연관된 시장이 있는지 확인하셔라.
지금 아니면 늦다고 뛰어들었는데도 하염없이 시장이 열리길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시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연구개발 과제로 제품을 다듬어시라.
사실 그 분야가 요즘 더 핫해졌다. 파트너가 없다 하는 데, 교수님과 일하는 매력이 작은 건 아닐까? 지금보다 좀 더 편안하다면, 일방적인 스승-제자 관계가 아닌 파트너로 일하고 싶은 졸업생이 나타나지 않겠나. 과거 형성된 절대 권한을 가진 기울어진 관계를,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선택하는 관계, 수평적 관계로 바꾸어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 같이 일하고 싶은 선배, 상사, 선생. 일방적인 권한을 내려놓고 운동장을 수평으로 맞출 때 미래의 기회가 더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