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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K Nov 08. 2017

반려견과 안락사 #1

이슈와 법률

 브런치에서 1000글자로 요약한 깨알지식 시리즈 외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들 중 법률과 관련 있는 영역에서 사실과 지식을 전달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가칭 이슈와 법률입니다.


첫 시리즈는 반려견과 관련된 것입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반려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일부 공격적인 개에 대해서는 안락사를 시키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우선 개와 인간이 어쩌다가 반려관계가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반려동물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법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해외 사례로 최고의 동물복지국가로 불리는 독일의 법체계를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개에게 물렸을 때 형사상, 민사상 어떠한 후속 절차가 뒤 따르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반려견과 안락사


E01 반려견의 역사
E02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 체계
E03 외국의 동물보호법 체계
E04 개에 물렸을 때 법적인 후속 절차


E01  반려견의 역사


1. 반려동물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생긴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반려동물이라는 말 대신 애완동물이라는 말을 흔히 썼습니다.


애완동물은 한자로 사랑 애(愛), 놀이할 완(玩)자를 사용합니다. 영어로는 pet 혹은 pet animal로 표현됩니다. 사전적 의미의 애완동물은 사랑하고 같이 놀아주는 동물 또는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을 의미합니다.


반려동물은 짝 반(伴), 짝 려(侶)자를 씁니다. 말 그대로 나의 짝이 되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영어로는 companion animal로 표현됩니다.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사용된 것은 대략 1980년대 초반입니다.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 심포지엄에서 애완동물이 단순한 유희물이나 놀이물 정도로만 인식되는 현상을 고치기 위해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하였고, 이 주장은 세계에 널리 퍼져 현재에 이르러서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더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2. 개의 가축화


인간이 언제부터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인류의 등장 시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베이징 원인 등 인류의 기원으로 불리는 존재가 등장한 것은 200만년에서 300만년 전입니다. 현대인의 조상이라고 언급되는 호모사피엔스 종이 등장한 것은 3만년 전입니다. 빙하기가 100만년 전에 시작해서 1만년 전에 끝났으니, 현대인과 같은 종의 인류는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 등장한 것입니다.


최초의 가축이 발견된 것은 1만년전입니다. 호모사피엔스의 등장이 3만년 전이고, 가축의 등장이 1만년 전이니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시작할 무렵부터 가축을 키우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가축화에 성공한 최초의 동물은 바로 개입니다. 연대별로 추측하면 개는 약 1만년전에 가축화에 성공하였고, 양과 염소는 8천년전, 소와 돼지는 7천년전, 잉꼬 등 조류는 1천년전 가축화에 성공했습니다. 인류의 4대문명이 5천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축의 역사가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가축은 수천년의 시간 동안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야생 동물 중 지능이 뛰어나거나 인간과 교감능력이 좋은 동물들은 애완동물로 발전하였을 것이고, 교감능력이 없고 식량으로서의 고기나 털, 우유, 가죽 제공에 더 큰 효용이 있었던 동물들은 일반가축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축화의 방법은 오랜 기간에 걸쳐 가축으로 삼기에 적당한 것들을 선별하여 짝짓기를 시켰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이론은 없고 하나의 가설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러시아 과학자 드미트리 벨리야프는 1859년부터 은색여우의 가축화 실험을 하였습니다. 


드미트리 벨야에프가 시도한 가축화 방법은 최초 인류의 가축화 방법과 동일했습니다. 바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교배였습니다. 수컷은 상위 5%의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것으로, 암컷은 상위 20%의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것으로 준비하여 서로 교배를 시켰습니다.


실험 초기 여우들 중 사람의 말을 잘 듣는 비율은 18% 정도였으나 여우 기준 10세대 동안 실험을 반복한 결과 사람의 말을 잘 듣는 여우의 비율은 70% 이상이 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드미트리 벨야에프가 사망한 이후인 현재에 이르러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짧은 실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우는 자기를 키워주는 주인에게 순응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물론 주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야성을 가지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실험이 과거 인류가 그랬던 것처럼 수천년에 걸쳐 반복된다면 여우도 개나 고양이와 같은 가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는 어떻게 가축화가 되었을까요? 오늘날 우리가 보는 개는 1만년전 유라시아에 최초로 등장했습니다. 개의 조상에 대해서는 자칼이나 자칼과 늑대의 교잡종으로 추측하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도에 살고 있는 회색늑대를 개의 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회색늑대는 현재는 많이 사라졌으나 개가 가축화되던 시기에는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대륙 등지에 널리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개는 기본적으로 지능이 뛰어나고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또한 무리생활을 하며 사회적 협동관계도 돈독하게 유지합니다. 개의 이러한 성질은 인간과 친해지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개는 먹이를 찾으러 인간의 주거지를 배회하다가 가축화가 되거나 인간이 개를 사냥한 뒤 그 새끼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가축화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3. 순종과 잡종


오늘날 반려견으로 키워지는 개는 대부분 순종으로 분류되는 동물들입니다. 우생학적으로 순종견, 즉 ‘견종’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다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날 순종의 개들은 이른부 ‘순수교배법’에 의해 만들어진 유전자 조작견들이라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순종개들의 견종 중 90%는 지난 100년 동안 새로 만들어진 종들입니다. 이러한 개의 종들은 대부분 19세기 유럽에서 생겨났습니다. 특히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는 귀족들을 중심으로 우생학이 대유행하며 여러 형태의 개들이 생겨났습니다.


빅토리아 시대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를 하던 1837년부터 1901년까지의 시기를 말합니다. 이 시기는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인해 경제발전이 절정을 이루었고 대영제국의 황금기로 불리던 시기입니다. 영국이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바로 이 시기부터입니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린 이유는 본토 영국에서 해가 떨어지더라도 식민지인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어딘가에는 해가 떠 있었으므로 영국 영토 전체를 기준으로 한다면 항상 해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는 경제발전으로 생활에 여유가 생겨 서민층에서는 자전거 타기가 유행했고 귀족층에서는 폴로경기나 크리켓, 테니스 등이 널리 유행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개와 관련된 우생학도 유행했습니다. 귀족들이 개를 키우면서 피부가 심하게 쭈글쭈글한 개, 덩치가 매우 작은 개, 눈이 크고 귀여운 개들을 서로 소개하며 자랑하는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독특한 종의 개들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이런 개를 만드는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외모와 성격이 비슷한 개들끼지 반복적으로 교배를 시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는 근친교배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근친교배가 반복되다 보니 유전적 다양성은 사라지고 유전적 열성이 심하게 발생하여 선천적으로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는 개들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까지 반복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든 리트리버의 60%는 암으로 사망을 합니다. 골든 리트리버는 영국이 원산지이고 금색의 털이 나 있으며 온순하고 인내심이 많은 개입니다. 천사견이라고도 불립니다. 물론 암 발생 원인이 유전적인 이유때문이라는 정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는 예측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반려견인 불독은 평균 수명이 6년밖에 안됩니다. 모든 반려견 중에서도 수명이 가장 짧습니다. 반려견 중에서 수명이 긴 것은 시추나 닥스훈트 등인데 이들의 평균수명도 13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최고령 개는 2016년에 사망한 호주의 양치기 개입니다. 무려 30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개의 수명 중 1년은 보통 인간의 7년으로 계산되므로 인간 나이로 치면 210세 동안 살다가 죽은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개들의 수명을 살펴보면 순종견 보다는 잡종견이 수명이 길고, 덩치가 큰 개 보다는 작은 개가 수명이 깁니다. 사람과 동일하게 암컷이 수컷 보다 2년 정도 더 오래 삽니다. 명확한 이유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중성화 수술을 한 개가 그렇지 않은 개 보다 1년에서 3년 정도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순종견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최근 여러 다큐멘터리나 언론 보도를 통해 소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순종견이 더 외모가 예쁘고 사람을 잘 따릅니다. 이 한 가지 이유로 순종견들은 여전히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순종유지를 위한 교배를 반복하는 것도 어찌 보면 동물학대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려견 애호가에게 건강하고 수명도 긴 대신 덜 예쁘고 나를 덜 따르는 개를 키우라고 강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후 브런치
E02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 체계
E03 외국의 동물보호법 체계
E04 개에 물렸을 때 법적인 후속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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