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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뿔 Aug 29. 2022

2. 독해와 연상력

의미를 연결하는 힘

    

우리는 무엇을 읽든간에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안에 저장되어 있는 의미를 총동원한다.     

몇년전, 인지과학자인 데이빗 스위니(David Swinney)는 'bug(벌레)'처럼 간단한 단어를 읽을 때 흔히 사용되는 의미(발이 여섯 개 달린 기어 다니는 동물)는 물론이고 스파이, 폭스바겐, 소프트 웨어 상의 결함 등 'bug'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의미까지 전부 가동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위니는 뇌가 한 단어에 대해 단 하나의 의미만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실제로 뇌는 주어진 단어에 대해 그야 말로 보물창고와도 같은 지식 저장소를 자극해 관련 단어를 여러 개 끄집어 낸다. 독서가 이렇게 의미론적 측면에서 풍부해지는 것은 사전에 저장해 놓은 자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실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갖기도 한다. 풍부한 어휘 레퍼토리와 그에 관련된 연상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단어와 개념을 저장하지 못한 아이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텍스트와의 대화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 책읽는 뇌 매리언 울프 2007 주 살림출판사 

  

책을 읽어낸다는 것은 독해력이 반이상을 차지합니다.

기호와 문자를 인식하는 능력을 뺀다면 거의 전부 일 것입니다.

그런데 독해는 연상력이 좌우합니다. 

이는 아마도 단어나 문장을 보고 떠올리는 심상의 정합성과 크기에 관련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연상력은 의미를 연결하는 힘입니다.

문장 속에서 나온 단어의 의미가 이전에 내가 읽었던 내용과 겹치거나 일상에서 경험했던 일과 연관될 때 연상력은 제 힘을 발휘합니다. 

이때 책읽기는 단순한 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저자가 책을 쓸 때 어렵게 써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어떻게든 자신의 생각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이 책읽기에서 힘들어 하는 것은 자신이 일상에서 경험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아닌 저자의 방식으로 생각하기를 힘들어 하는 것입니다.     


나 자신의 방식이 아닌 저자의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자신이 일상에서 경험하고 생각하는 방식과 맥을 같이하는 흐름을 만났을 때 

우리는 행간을 읽을 수 있고 저자가 미처 말하지 않은 것들을 유추할 수 있는 마인드로 책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저자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텍스트와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방식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던져주는 힌트에 민감해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제목과 부제목 그리고 머리말과 목차를 살피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와 목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소설과 같은 줄거리가 있는 책은 줄거리가 뼈대를 잡아서 따라갈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끌기 때문에 사건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집중을 유지하고 책을 읽어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침 드라마 보듯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면 줄거리 대신 뼈대가 되는 논지(주제의식)의 전개방향을 숙지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작가의 의도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사실 문장속에 함몰되다보면 처음에 감지하고 있던 저자의 의도 또는 목표를 잊고 자극적인 개념에 휘둘리면서 읽게되고 그렇게 읽고나면 내가 뭘 읽었는지 기억도 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거든요.


독자 스스로 자신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면서 각 구절마다 작가의 의도와 자신의 목적을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집중을 유지하고 끝까지 읽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문장속에 있는 단어하나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고 나만의 의미를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비슷한 단어도 많은데 왜 작가는 이 단어를 선택했을까하는 약간 간지러운 느낌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작가의 의도를 알게 되었을 때 -숨겨진 작가의 복선을 알아차렸을 때 - 얻게되는 독서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감수성과 연상력이 작동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기쁨이지요....               


신영복 선생님은 '강의'라는 책 첫꼭지를 '가장 먼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강의는 무엇이고 공부는 무엇인지 자신의 책을 소개하면서 채택한 제목이겠지요..     


우리는 생각이 머리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전두엽의 변연계에서 형성되는 이미지를 생각이라고 한다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생각은 잊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어머니가 떠나간 자녀를 잊지 못하는 마음이 생각입니다.     

생각은 가슴이 합니다. 생각은 가슴으로 그것을 포용하는 것이며, 관점을 달리 한다면 내가 거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생각은 가슴 두근거리는 용기입니다.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애정과 공감입니다.     

                                                                                                               - 신영복 '강의' p20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하는 것이며 .. 세계를 인식하고 인간에 대한 성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변화가 따라야 하는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 가장 먼 여행인 것입니다.     

'여행'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주는 감각이 - 이 글을 읽음으로써 - 변화되고 확장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다보면 '거짓말'이라는 단어에 대한 기본 인식이 바뀝니다.     

거짓말은 해서는 안되는 말이고 진실과 참의 반대에 서있는 대척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짓말도 능력인 거구나!, 바로 허구를 지어낼 수 있는 능력이 미개인들을 협력하게 하고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거대한 문명을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시각으로 리더쉽과 설득, 협상, 소통으로 이어지는 자기계발서의 키워드를 새롭게 조명해 볼 수도 있습니다.(생각의 공유라는 개념으로 자기계발과 독서를 바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늘 같은 등식으로 이루어지는 자동적인 생각을 경계해야 합니다.     

여행이 이동만을 뜻한다거나 거리가 물리적인 공간의 분포로만 여겨진다면 여행과 거리에 담긴 은유를 읽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독서는 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는 감수성과 연상력의 콤비로 이루어집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알아차려야 한다거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앎에 대한 호기심과 필요에 의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면 문득 포착되는 것이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독서가 자신을 채우고 변화시킨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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