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

서문

by 무뿔

요즘 나는 자주 이런 질문을 듣는다.
책을 읽다가 그만두어도 되는가?

그런 제목의 책도 보았고, 라디오 방송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진행자는 아주 가볍게 말한다.
물론 그만두어도 된다고.
당신에게 맞는 책이 있을 것이라고 위안을 덧붙인다.

물론 책을 읽다가 덮어도 된다.
끝까지 읽지 못했다고 해서 잘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질문이 너무 쉽게 긍정될 때
나는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책을 읽어내야 한다는
그 약간의 압력마저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다.

이 책, 저 책을 집어 들었다가 덮고
긴 문장은 대충 훑고
조금이라도 밀도가 높은 글은 피하게 되는 습관.
결국 한 입 크기로 정리된
프레젠테이션과 동영상으로 만족하는 것이
읽기의 표준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만약 우리가 그런 방식의 읽기에 완전히 익숙해진다면
독서를 통해 얻어왔던
사유의 성숙과 판단의 깊이를
과연 계속 기대할 수 있을까.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일이라면,
책을 읽어낸다는 것은 읽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것은 누군가의 해석이나 판단에 기대지 않고
한 사람의 생각이 시작되어
어디까지 가닿는지를
스스로의 눈으로 따라가 보겠다는 선택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에 이끌려
책을 끝까지 읽게 되는가.
잠시 머뭇거리고 다른 생각을 하다가도
어떤 힘이 다시 책으로 돌아오게 만드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각은 어떻게 자라나는가.

앞으로 이곳에 올리는 글들은
그 질문들 곁을 맴돌 것이다.

책을 읽다가 멈추어도 되는 시대에,
활자보다 영상이,
그중에서도 짧은 형식이 압도적으로 선호되는 이 흐름 속에서
그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묻는 마음으로.

나는
책을 읽어내는 힘이란 무엇인가를
차분히 더듬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