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지루해서 읽기 시작했다.

어떤 독서는 다 읽고 난 뒤에 시작된다

by 무뿔

어린 시절,

나는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책을 읽었다.
책은 시간을 보내는 도구였고,
지루함을 잊을 수 있는 가장 조용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루함을 견디는 독서가
무언가를 찾기 위한 읽기로 바뀌었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읽었을 때였다.
그 책에서 느꼈던 감동은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조나단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한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 뒤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었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었다.
책을 읽고 난 뒤,
마음속에서 천천히 차오르는 어떤 충만을
나는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잊을 수 있는 현실보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내 마음이 어떤 상태로 바뀌는가에 쏠렸다.
다음에는

어떤 책이
나를 다시 그 자리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누구에게 묻지도 않았고 애써 구하지도 않았지만

마음 한켠에 그런 책을 향한 갈증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읽었다

책 속의 젊은 비평가는
문학과 철학의 경계를 허물고

책과 책이 만나는 새로운 공간을 열었으며
그 공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그가 제시한 이론보다도
책 속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그의 태도에 반했다.

나도 저렇게 읽고 싶었다. 또 그렇게 쓰고 싶었다.
책에 머무르지 않고,
책을 지나
다시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방식으로.

매거진의 이전글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