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패턴인식
관찰이 개별 장면을 붙잡는 일이라면,
패턴 인식은 그 장면들이 어떤 방식으로 반복되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반응이 되풀이되고,
다른 조건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이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의 흐름을 보게 된다.
그러나 패턴 인식이 다루는 것은 반복만이 아니다.
반복 속에서 늘 그래야 할 것처럼 여겨지던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순간,
그 예외가 눈에 들어온다.
이때 드러나는 것은 사건의 결핍이 아니라,
그동안 당연하게 전제되어 왔던 당위의 부재다.
패턴 인식은 무엇이 일어나고있는지를 묻기보다,
왜 그것이 늘 일어나야 한다고 믿어왔는지를 되묻는다.
그리고 이 질문은
관찰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글쓰기를
맥락이 끊어진 조각들로 조화로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그의 초기 소설 <메어리>는
이 정의를 서사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소설은 옛 연인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한 젊은 남자가
그녀의 도착을 기다리는 일주일을 다룬다.
무대는 베를린의 하숙집,
여섯 개의 방이 있고 이야기는 정확히 일곱 날 동안 전개된다.
각 방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이는 과거 연인과 약혼 상태로 함께 보냈던 여섯 날을 암시한다.
기다림의 시간 동안
주인공은 매일 여섯 방 가운데 하나에 들어간다.
기억은 반복되고,
날짜는 규칙적으로 소진된다.
그러나 일곱째 날이 되자
더 이상 들어갈 방이 없다.
반복을 지탱하던 구조가 멈추는 순간이다.
이 예외 앞에서 주인공은
연인과 재회할 가능성을 남겨둔 채 하숙집을 떠난다.
나보코프는 사건을 날짜와 방이라는 틀에 가두어
서사를 이끄는 반복적 구조를 만들고,
그 반복이 끝나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움직인다.
기억과 기대를 병치함으로써
그는 쓰라리면서도 달콤한 대위법을 완성한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일어났는가보다
무엇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되었는가다.
반복이 끝나는 순간,
우리는 그동안 당연하게 전제해 왔던
기다림의 방향과 의미를 다시 묻게 된다. 생각의 탄생 p 178
이런 패턴 인식은 텍스트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반복과 예외를 알아차리는 순간,
독자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존재에서
이야기의 구조를 감지하는 존재로 이동한다.
처음에는 사건이 보이고,
그 다음에는 반복이 보이며,
마침내 그 반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때 독자는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묻기보다,
왜 그렇게 읽어왔는지를 되묻게 된다.
이 변화는 지식의 증가로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읽고도,
같은 사건을 따라가고도,
독자의 주의가 머무는 지점이 달라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읽는 대상이 아니라
읽는 방식 자체가 문제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