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소녀에게_feat.홀로 떠난 뉴질랜드
중3 여름방학
코치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코치에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때 생긴 일이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코치는
평소와 같이 정해진 시간에 레슨을 해주었지만
늘 힘이 없는 모습이었다.
계속해서 그 코치에게 나를 맡기는것이
부모님도 편하지 않은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는 나에게
전지훈련을 가보는게 어떻냐고 물으셨다.
뉴질랜드에 골프를 좋아하는 친척분이 계시는데
내 얘기를 듣고 흔쾌히 나를 맡아주시겠다고 했다.
영어도 못하고 혼자 먼 타국으로 떠나는게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별 일이야 있겠어' 라는 마음으로
아빠가 사준 국제전화카드 한 장, 골프백, 캐리어를 들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나의 일정은
인천 출발 -> 홍콩 경유 -> 뉴질랜드 오클랜드 도착 후 국내선 비행기 환승 -> 뉴질랜드 더니든 도착.
더니든 국내공항에 가면 친척분들이 나와 계신다고 했다.
아빠와 약속한 시간이 되면 국제전화카드로 집에 전화를 해서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할 예정인지 알려주었다.
그렇게 무사히 더니든 공항에 도착했고
친척분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집에 도착한 후 긴장이 풀렸는지, 시차 때문인지 하루종일 잔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도 나도 무슨 용기었나 싶다.
휴대폰도 없이 혼자 홍콩공항에서 10시간 이상을 대기하고
국제선에서 수하물을 찾아 국내선으로 부치고
아무 일도 없이 잘 도착한것이 참 다행이다.
푹 쉬고 짐 정리를 한 후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 골프장에 가 보았다.
3만원 정도만 내면 하루종일 라운딩을 돌 수 있었고
작은 연습장도 있어서 부족한 샷이나 퍼팅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골프천국이라는 말이 사실이었다.
매주 1회 영국인 프로에게 레슨을 받으며 자세 교정을 받기로 했다.
아침에 가서 혼자 연습하고 있으면
오후에 친척분이 오셔서 같이 18홀 라운딩을 돌았다.
친척분이 골프를 워낙 좋아하고 잘 하셔서
내기 라운딩을 도는것이 재밌었다.
힘든점은 혼자 연습하고 밥을 먹는것이었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주셨지만 먹을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골프장 내 식당이 있었지만
영어를 잘 못하고 어색했던 나는 밖에서 얼른 먹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화장실에서 먹는 날도 있었다.
항상 선후배와 팀을 이뤄서 다니다가
혼자 연습하고 밥을 먹다보니
가끔은 집에 너무 가고 싶기도 하고 외로웠다.
그래도 3개월은 버텨야했다.
그렇게 돌아가는 날을 기다리며
가져간 MP3 플레이어로 음악도 듣고
영어공부도 하며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
일요일은 교회도 가고 시내 구경도 하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