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편지

15살 소녀에게_feat.상처와 마법의 주문

by Stella J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국가대표 상비군 배출을 많이 하는

선수들 사이에 유명한 학교였다.

장점은 굳이 사정 설명을 하지 않아도

훈련이나 시합으로 인한 결석이 자유로웠다.

단점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많다보니

'누군가 우승을 했다' 또는 '유명 고등학교에서 스카웃을 받았다' 등의 얘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되었다.

나는 주변의 기대를 받는 유망주가 아닌

그저 평범한 프로 지망생이었으니까.


하루는 타 지역에서 열리는 시합에 출전하기 위해

장기간의 결석을 허락 맡으러 담당 선생님을 찾아 갔다.

마침 앞에 국가대표상비군 선배가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선생님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건강관리가 최우선이다. 잘해줘서 고맙다' 등의 얘기를 하고 계셨다.

누가봐도 그 학생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밖에서 기다리다가 학생이 가고

'안녕하세요 선생님' 밝게 인사를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바로 '시합때문에 왔니? 또 결석하니?' 라고 퉁명스럽게 물으셨다.

'네..'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몸에 힘이 빠졌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지만

앞에 학생과는 너무나도 다른 선생님의 태도를 보며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것 같다.

터덜터덜 방을 나오려는데

다른 체육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나는 그 선생님 반이었던적도 없고 대화를 나눠본적도 없었다.

그런 선생님은 나를 보고 웃으며 물으셨다.

'얼마전에 선수등록 한 학생이지? 골프는 해보니까 어때? 재밌니?'

나는 '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대답했다.

그때 선생님은 내가 지금도 잊을수 없는 마법의 주문을 걸어주셨다.

'내가 학생을 오래 지도해서 표정만 봐도 아는데 너는 대기만성형이야,

반짝이는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열심히 하다 보면 꼭 좋은 결과 있을거니까 초조해 하지 말고

즐겁게 포기하지 말고 해야 된다. 알겠지?'


지금도 궁금하다.

선생님은 진짜 나의 가능성을 보셨던걸까? 뭘 보고 그런 말씀을 하셨던걸까?

아니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 말 하나로 포기하지 않고 힘든 터널을 지나왔으니까.

불투명한 미래에 앞이 깜깜할때마다 그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내가 꼭 잘 될 것만 같았다.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고 내가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것일뿐

끝엔 꼭 좋은 결과가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선생님은 나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어주셨다.


솔직히 지금은 그 주문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바라던 프로골퍼가 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해서 변호사가 되었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누가 나에게 비난을 하던 칭찬을 하던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꿈만 보고 달려가던 여린 15살 소녀에게는

주변의 기대와 응원이 전부였던것 같다.

나도 내가 잘 될 수 있을거란 확신이 없었으니까.

'잘 될거야'란 한마디가 절실히 필요했던 나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어주셨던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저 선생님의 주문대로 원하던 결과를 이뤘습니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씀드리고 싶다.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는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에서 이런 말을 했다.

'때때로 행복의 이미지가 그것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폭력이 된다'고.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나이가 어릴수록,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성공'에 대한 바램은 간절해진다.

그런 이들에게 '과연 너가 잘 될 수 있을까 어디 한번 보자'라는

의심스러운 시선과 퉁명스러운 말이

얼마나 잔인하고 때로는 폭력으로 다가갈지

한번쯤은 생각해보면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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