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편지

14살 소녀에게_feat.새로운 도전

by Stella J

14살 여름방학

여느때와 같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빠는 성적표를 가져오라고 하셨다.

여태껏 시험을 잘 보면 칭찬은 해주셨지만 잘 못봤다고 혼난적은 없었다.

워낙 낙천적이고 걱정 없는 성격이라 성적때문에 고민해본적도 없었다.

갑작스러운 성적표 검사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서랍에 아무렇게나 쑤셔넣어놨던 나의 중학교 첫 성적표를 아빠에게 보여드렸다.

중간보다 조금 못하는 성적이었던것 같다.

아빠는 내 성적표를 보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너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니?"

"글쎄 잘 모르겠는데"

"너는 활동적이고 팔 힘도 세니 골프를 한번 배워볼래?"

"골프? 응! 한번 해볼게!"


얼마 지나지 않아 KLPGA 프로 골퍼에게 레슨을 받게 되었다.

매일 오전에 아빠는 나를 골프연습장에 데려다 주셨고

레슨을 받으며 저녁까지 연습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친구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다가

하루종일 혼자 있으니까 지루하고 답답했지만

시키는건 성실하게 하는 성격이라 열심히 했다.


연습장에는 프로 골퍼 지망생들과 프로 골퍼들이 있었는데

어린 친구가 와서 하루종일 똑딱이 연습을 하고 있는것이 재밌었는지

말도 걸어주고 인사도 해줬다.

그렇게 나는 골프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점차 알게 되었지만

나의 코치는 학창시절 유명했던 유망주였다가 프로가 된 후 실적이 부진하여

레슨프로로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큰 열의는 없어 보였고

항상 피곤하고 지쳐보였다.

어린 나의 눈에도 골프에 대한 애정이 없어 보였다.

가끔 레슨시간을 까먹거나 레슨시간에 졸기도 했다.

당시 코치의 나이가 20대 후반이었는데

일반적으로는 한창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지만

프로 골퍼에게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 레슨프로로 전향해야 하는

꿈을 포기해야 하는 잔인한 나이였다.


코치는 스폰서 없이 자비로 현역 선수생활을 하기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단란주점을 하시던 엄마에게 더이상 지원을 받을 수 없어서

선수생활을 은퇴했다고 했다.

나에게도 선수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고 운동선수로서 자질도 없어 보이니

취미로만 하라고 했다.


혼란스러웠지만 부모님께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것 같아 죄송했다.

그렇게 코치와의 인연은 1년 가량 이어졌고

꽤나 많은 고민으로 마음이 복잡했던것 같다.


어른이 되보니 14살은 마냥 철없는 사춘기로 보이는데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14살도 나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고

위기를 느낄줄 알고

주위의 기대에 부흥하고 싶은

꽤나 성숙한 나이였던것 같다.


그래서 사춘기 학생들을 보면

왠지 나의 사춘기 시절이 떠올라서 마음이 짠하다.


같은 교복을 입고 학생들 틈에 섞여 있는 별 걱정없는 아이들 같지만

한 명 한 명 들여다보면

성적, 친구, 부모님,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나름 심각한 고민과 아픔이 있는 '준'어른들이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주변에 10대가 있다면

남과의 비교와 질타로 상처주지 말고

아픔을 위로해주고 고민에 공감해주라고

그 위로를 자양분으로

남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의 10대도 그런 위로가 절실히 필요했으니까

어른들의 위로와 공감이 있었다면 우리의 10대도 조금은 덜 외롭고 단단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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