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이 관계를 시험하는 시간
그리스의 오후
영화는 공항에서 시작한다.
제시는 전처와의 아들 헨리를 배웅을하고,
셀린은 그 옆에 서 있다.
차안에서 혼잣말이라고
제시는 아들 헨리의 안타까움을 이야기하고
미국으로 가는 건 어떨까하는 말을
그냥 지나가는 말로 던진다.
셀린은 이 말들을
견디지 못하고
바로 말도 안된다고
상황을 말로 자른다.
제시는 이런 말들이 일상인것 처럼
혼자말이라고 알겠다고 다시 그 상황을 자른다.
이런 말의 잘라짐이
운전하는 내내
일상처럼 흐른다.
1,2편과는 다르게
그들의 말은
상대를 향해 직진한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내내
말은 계속 이어진다.
농담, 일상의 불평,
사소한 기억들.
이 대화는 거침없다.
서로가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의 말이다.
그리스에 멋진풍경속에서
그들은
사람들과 모여 식탁에 앉는다.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누군가는 말하고,
누군가는 듣고,
누군가는 잠시 웃다가
다시 이야기하고.
그 장면에서
인생은 그렇게 왔다가 간다는 말이 나온다.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머무르라고 명령할 수 없다는 이야기.
이 부분을 그냥 아무생각없이 넘긴 부분인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본 영화에서
이 부분의 말들을 여러번 돌려서 보게 되었다.
보이후드에서 메이슨이 했던말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고 싶다.
여튼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둘만 시내로 나와서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호텔방안에서
둘이 쏟아내는 말들은
지진같다.
이 말까지 견딜 수 있는지,
이 상처를 남겨도
괜찮은지
순간 의심되는 말들,
여기서 말은
설명도, 고백도 아니다.
누가 옳은지를 가리기 위한 말도 아니다.
이 말들은
이미 오래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를 가장 정확히 다치게 할 수 있을 때
나오는 것처럼 예리하다.
이 장면의 말들은
그시간을 버틸 힘마저 뺏고
마침내 셀린은 호텔문을 박차고 나간다.
폭풍같은 말들이 지나간 뒤
순간 침묵이 온다.
호텔방을 나와
셀린은 혼자 시간을 보내고
제시도
혼자만의 침묵으로 다시
정신을차리고
셀린에게
다가가
처음 만났을때 언어로 돌아간다.
다시 죽은 언어가 살아나고
관계도 복귀하는모습.
그리스의 밤은 그렇게 깊어지고,
말은 할 일을 마친 뒤
조용히 물러난다.
여기까지
시간이 가면서
그들이 말하는 언어가
어떤식으로 변해가는지를
지켜봤다.
마지막 3편의 말들은
관계를 흔드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시 관계를 살리는것으로
말이 작동한다.
말들이 모두 지나간 뒤
우리는 다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말의 자리로
되돌아갈 수도 있을수도 있다는 희망이 보이고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직 판단하지 않는 말
안전한 말로 다시 언어가 살아난다.
Before Midnight에서 말은
가능성도, 관계를 지연시키는 것도 아닌
그들의 말은
관계가
현실을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이 시험은
파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이미 쌓인 시간과 신뢰 위에서
다시 살아나는듯 하다.
말도 인생처럼
왔다가,
할 일을 마치고,
사라진다.
관계는
그 말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모습으로 다시 남는다.
마지막 제시가
읽어주는 오든의 시에서 말하는 시간과
보이후드에서 메이슨이 말하는 순간의 이야기를
링클레어 이야기로 더 따라가 보려고 한다.
보이후드에서 메이슨은 말이 많지 않지만
그가 하는 말들은 정곡을 찌르는 것처럼 아프면서도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