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멋진데, 왜 사는 건 늘 힘들어 보여?”

-영화 Boyhood 에서

by kate


영화 *Boyhood*에서
메이슨은 엄마를 이렇게 본다.

늦게 대학에 가고,
학위를 따고,
교수가 되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스스로 삶을 만들어낸 사람.


외부에서 보면
분명히 “잘 살아낸 인생”이다.


그런데 메이슨의 눈에는
엄마가 늘 힘들어 보인다.
성공했는데,
버텨냈는데,
왜 매일이 이렇게 고단해 보일까.


이말에 나도 모르게

정지 버튼을 누르고

디시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순간 위로가 되면서

나만 힘든게 아니네?

울컥하는 순간이었다.

영화 '보이후드'는

내가 항상 드는 생각, 왜 삶이 쉬어지지 않지?

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것이다.

그래서 인가

난 영화가 던진 질문에

그 답을 줄거라고 기대하면서

2시간40분 짜리 영화를 꿈쩍도 않고 보았다.


사람들은 자주 말한다.


고생 끝에 의미가 있다.
노력하면 보상이 있다.
버티면 다른 단계로 간다.


하지만 링클레이터의 영화는
그 문장을 끝까지 완성하지 않는듯 하다.


영화 에서
엄마는 실패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계속 전진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사는 건 여전히 힘들다.


영화가 말하는

인생은
어떤 단계에 도착했다고 해서
덜 힘들어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

아주 단순한것 같지만 많이 불편하다.


영화 마지막에 하는말

The moment seized us.


지금 이 순간을 붙잡으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어렵다.


우리가 순간을 붙잡는 게 아니라,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다는 말.


링클레이터 많은 영화에서

시간은 흐르지만 사건이 없다.

그냥 일상이다. 반복되는.

비포 시리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순간순간 호출되는 존재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결정적인 순간이 거의 없다.
위대한 전환도,
운명을 바꾸는 장면도 드물다.


대신 늘 이런 장면들이 있다.
걷고,
앉고,
말하다가,
헤어지는 순간들.


Boyhood에서도
인생은 점점 나아지는 서사가 아니다.


시간이 흐르는것은 보여준다.

메이슨을 7살부터 20살이 될때 까지

그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 영화의 모든 배우가 거의 15년동안 이 영화를 찍은거다.

한 가족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젝트이다.


우리가 한 아이를 키우는것 처럼

먹이고 씻기고 가르치고

그래서 아이는 대학을가서 독립하고

그 시간들, 그냥 일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의 대단한 성장도 성취도
극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걱정되는 순간들이 많다.


메이슨의 엄마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그 최선이
곧바로 원하는 미래로 이어지지는 않는거 같다.

매달 대출금 걱정이다.

메이슨이 독립하면 집을 팔려고 생각하며

한숨이 크다.


미래는 늘 멀리 있고,
우리는 늘 현재에 있다.


그리고 링클레이터는
그 간극을 메우려 하지 않는거 같다.

끝까지 아무리 지켜봐도

대단한 드라마틱한 반전이 없다

복권을 맞는다거나

멋지고 부자인 남자가 나타나서

메이슨의 엄마를 구원해준다거나.

없다.


그가 말하는
The moment seized us에서
moment는
붙잡아야 할 기회도,
놓치면 안 될 황금 같은 순간도 아니다.

아마도
그 순간들이 모여
이미 우리를 지나가고 있는
시간일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서
현재를 산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상태에 가깝다.

우리는 늘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 기대하며 살아간다.

그 기대가
기대만큼 와주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유튜브 명언에서 빠지지 않는
‘오늘을 즐기고 감사하라’는 말도
어쩌면
이 이야기의 다른 얼굴일지 모른다.


아직 나는
현재보다 미래가
조금은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더 힘든 걸까.

맞다는 건 알지만
받아들이기까지는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는 건 더 힘들어질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인생이
현재를 살아낸다는 말이라면,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그럼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작가노트


이 글은

삶이 왜 쉬워지지 않는지를 인식하는 자리에서 멈춘다.

다음 글은

인생이 그렇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에 대해

링클레이터의 말과 장면을 따라 적어보려 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삶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서사가 아니라,

의미는 도착이나 성취에서 생기는 것 보다

지나가버린 순간들이 남긴 리듬 속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안심이 되는 말.


"의미는 시간 속에서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서사들이 만든 것들이 축적되어서 나오는것이다."


이 말에 오늘 또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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