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Boyhood 관찰에 이어서 현재가 의미하는것들을 생각한다.
영화 "50 First Dates " 에서
루시는 매일 아침 같은 날로 돌아온다.
어제의 기억은 사라지고,
오늘은 언제나 처음이다.
그래서 그녀의 삶은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신, 오늘이 오늘을 다시 만든다.
핸리는
사진을 붙이고,
비디오를 찍고,
같은 설명을 반복하며
그날의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살아낸다.
이 영화에서
삶을 유지하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그날그날의 선택이다.
지난글
"Boyhood"로 다시 돌아가서
인생이 어떤 결정적인 하루로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단,
그 하루하루는 증발하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한 리듬으로
계속 축적된다는 것을 기억한다.
"50first dates" 에서 핸리가 루시와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매일매일 반복해서 했던
일들이 그들의 역사를 만들어 낸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루시와 헨리의 삶도
‘특별한 날들의 연속’이 아니라
계속 살아졌던 날들의 총합처럼 보인다.
링클레이터의 영화들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도착 지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삶을 부정하는 근거가 아니라,
삶을 과장하지 않게 만드는 조건일수있다.
돌아보면
우리 삶에는
미루어 왔던 것들이 많다.
주변에서 내가 보는
우리 나이의 남자들은
특히 더 그렇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그 순간이 오면,
여유가 생기면—
이렇게
미래를 위해
현재를 미루고
또 미룬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위대한 미래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오늘을 희생할 이유도 함께 사라진다.
지금의 피로를
‘언젠가 보상받기 위한 과정’으로
계속 미루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쩜 진짜 재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자극적이고 도파민 팡팡 나오는
그런 재미는 아닐지라도..
확실한 미래를 믿을 때의 재미는
증명에 가깝다.
이만큼 살았으니,
이만큼 버텼으니,
곧 다른 단계가 열릴 거라는 기대.
하지만
도착하지 않는 삶을 받아들이면
재미는 통과의 감각으로 바뀐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왔다는 실감.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래도 살아졌다는 느낌.
작고,
조용하고,
자주 반복되는 재미다.
인생은
어떤 지점에 도착한다고
다른 상태로 바뀌지 않는다.
삶은 단계가 아니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상태다.
그리고 그 상태는
미래로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온
오늘들 속에
조용히 쌓여 있다.
---------------------------
앞선 두 편의 글에서
나는 "Boyhood"를 통해
인생을 ‘미래에 거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축적되는 현재로 바라보려 했다.
메이슨의 말처럼
“순간이 우리를 잡는다”는 인식,
인생은
어떤 지점에 도달해서
비로소 의미를 얻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계속 살아졌던
날들의 합으로 남는다.
관계가 이동할때 비포시리즈에서는
언어의 변화를 지켜봤고
다음 글은
관계가 변화하는 단계를
말이 아닌 행동들의 변화를
시의 형식으로 기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