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

by luth

나는 6년차 기자다. 사회부, 경제부 등 다양한 부서를 거치며 셀 수 없이 많은 사람과 수많은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처음엔 말이란 그저 도구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빠르게 말을 던졌다. 상대방의 감정은 뒷전이었다.


당시 나에게 중요한 건 '무엇을 얻느냐'였고, '어떻게 말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말의 무게'를 처음 실감한 건, 나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내가 쓴 기사 속 한 문장이 누군가의 삶에 상처가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순간, 말은 더 이상 가벼운 도구가 아니었다.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절망에 빠뜨릴 수 있고, 한 단어가 누군가의 인생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다. 때로는 무기이자 방패라고 생각한다. 날카롭게 진실을 파고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보호해야 할 책임도 함께 가진다.


이 깨달음은 일뿐만 아니라, 사적인 감정 속에서도 더욱 깊어졌다.


4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연락을 주고 받은 친구. 배울 점이 많은 친구. 나를 발전시키게 해주는 친구. 특별한 감정이 있는 친구와 몸이 멀어졌다. 우리는 깊은 대화를 나눴고, 나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 말엔 어떤 계산도 없었다.


누군가는 이 말이 그저 지금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로 보일 수 있고, 친구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말로 느낄 수 있다. 아니면 노력하는 나를 보여주기 위한 포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뱉은 말을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내뱉은 말, 그리고 그 말에 담긴 마음을 곱씹고, 지키려 한다.


그것이 내가 상대를 향한 예의이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한 방식이다.


최근 한 친구와 나눈 짧은 대화가 기억난다.


그 친구는 나에게 "고맙다. 큰 힘이 됐다"라고 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칭찬을 자주 했을 뿐이었다. 정말 칭찬받을 행동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말로 표현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그 말이 자신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말이란 그런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 한 마디가 떠오를 것이다.


그 말이 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지는 알 수 없다. 행복했던 말일 수도 있고, 마음을 무겁게 만든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말은 생각보다 훨씬 멀리 간다.


그래서 말은 조심스러워야 하고, 동시에 진심이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자로서 사건 현장을 지나며, 내 마음에 남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