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서 사건 현장을 지나며, 내 마음에 남은 것들

by luth

오늘은 무거운 주제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나는 오늘 기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최근 사고 현장에서 마주한 감정들을 진솔하게 풀어보려 한다.


지난 1월 경기도 성남시 BYC 건물 화재 현장을 찾았다. 검게 그을린 외벽, 매캐한 연기 냄새가 가시지 않은 골목, 그리고 그 앞에 앉아 울고 있는 사람들. 나는 그들을 찍을 수도, 위로할 수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성 교량 붕괴 현장에 갔고, 포천 민가에 떨어진 포탄 사고를 취재하러 또 길을 나섰다.


그렇게 나는 몇달 사이, 세 개의 참사와 마주했다.


기자로서 나는 익숙해야 했다.

사고, 재난, 참사. 그 앞에서도 담담하게 취재하고, 정확하게 기록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사건의 경위보다 먼저 내 기억에 남은 건 바로 사람들의 표정과 울음소리였다.


딸을 찾는 어머니의 흐느낌이 골목 끝까지 울려 퍼졌다. 안성에서는 무너진 교량 앞에서 망연자실한 어르신이 한참을 하늘만 바라보았다. 포천에서는 한 할머니께서 처참하게 부서진 집을 보며 흐느꼈다.


나는 그저 일을 하러 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언제든 저 자리에 설 수 있겠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무너진다.”


뉴스는 늘 ‘사건’으로 기록되지만, 현장에는 사람이 있다. 숫자 너머에 숨겨진 고통,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눈물, 말 한마디에 담긴 수많은 사연들.


기자로서 감정을 배제하는 건 익숙했지만, 이젠 그게 점점 어려워진다. 요즘 들어 자주 불안하다. 가족이 떠오르고, 친구가 떠오르고, 나 자신도 떠오른다.


그 불안은 내게 더 신중하게 기록하라고 말한다. 더 가까이서 보되, 더 따뜻한 눈으로 보라고 말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사건’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누군가의 울음을 떠올려주었으면 한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온은 ‘우연히 괜찮은 하루’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도 서로의 안부를 물어야 한다. 누군가의 고통 앞에 멈춰 서야 하고, 그 슬픔을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기록하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글은 시간을 넘어 결국 나에게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