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주제로 글을 작성하지?"
우리는 항상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한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어떤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해야 할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고민이다.
어느 날, 나를 브런치로 이끌어 준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내게 물었다.
"이번 주는 어떤 주제로 브런치를 써야 할지 모르겠네."
그의 말에 나도 같이 고민해 보았다. 사실 나 역시 어떤 주제를 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정작 내 글도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나는 친구가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 최근에 겪었던 혹은 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런데 친구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내 생활 속에서 벌어진 일들과 정해진 주제를 합쳐서 글을 쓰고 싶어."
단순한 대답 같았지만, 나는 그 말 속에서 친구의 고민과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흔히 글을 쓸 때 우리는 독자를 염두에 둔다. 누가 내 글을 읽을지, 어떤 반응을 얻을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줄지 신경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친구는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나는 궁금해져서 물었다.
"왜 글을 쓰고 싶은데?"
그
러자 친구가 말했다.
"몇 년 뒤 내가 쓴 글을 다시 보고 싶어서. ‘아, 그때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했구나’ 하고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어. 아마 몇 년 후에는 남들보다 내가 지금 쓴 글을 더 열심히 읽어주지 않을까?"
그 말을 듣고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나는 그저 남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지만, 친구는 미래의 자신에게 보여줄 글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글을 쓰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어떤 사람은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또 어떤 사람은 단순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미래의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
나는 주로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썼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길 바라며, 때로는 내 생각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글을 쓰는 과정이 꼭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일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우리는 종종 지나온 시간을 잊고 살아간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때는 그렇게 고민했지만 지금은 희미해진 기억들, 그 순간에는 너무나 간절했던 감정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던 생각들.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것들이 흐려진다.
하지만 글은 그 모든 순간을 붙잡아 둔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속에 당시의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몇 년 뒤에 다시 읽으면, 그때의 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생하게 떠오를 것이다.
그 친구의 한마디에 나는 어쩌면 글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현재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곧 과거의 나를 남기는 일이고, 몇 년 후의 내가 그 글을 읽는 순간,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와 연결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독자들뿐만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한 글도 쓰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며, 언젠가 이 글을 읽을 미래의 나와 소통하기 위해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한 번쯤 미래의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길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