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냉이, 행복하다면 야옹해?”
내가 그렇게 말하면 냉이는 언제나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정말로 “야옹!” 하고 대답했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나는 그 소리에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위로를 받았다.
냉이는 내 곁에서 자라난 시간의 한 조각이었다.
작고 가벼운 생명인데도,
그 존재는 마치 햇살처럼 내 하루를 따뜻하게 물들였다.
내가 집에 들어서면 냉이는 언제나 문 앞까지 나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맞아주었다.
발끝을 스치는 부드러운 털,
그리고 천천히 깜빡이는 눈.
그 눈빛에는 어떤 말보다 확실한 인사가 담겨 있었다.
냉이는 말이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많은 말을 알고 있었다.
내가 피곤한 날에는 조용히 다가와 다리 위에 앉았고,
내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내 얼굴을 부비며
“괜찮아요, 엄마.” 하고 속삭이는 듯했다.
나는 냉이의 눈을 보며 마음을 배웠고,
그 눈동자 안에서 나의 하루가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어느 날은 종이상자로 집을 만들어주었다.
택배 상자를 버리기 아까워 가위로 자르고,
색종이로 창문을 붙이고, 작은 담요를 깔았다.
냉이는 새 집을 신기하다는 듯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앞발을 내밀더니 이내 쏙 들어갔다.
그 안에서 빙글 돌며 꼬리를 감고 앉은 모습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이 자기 집이었던 것처럼 편안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집이지만,
그 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평화가 있구나.’
햇살이 창가로 스며드는 오후면
냉이는 그 종이집 안에서 낮잠을 잤다.
햇빛이 코끝을 스치면 발을 오므리고,
꼬리를 천천히 흔들며 꿈을 꾸었다.
그 모습은 고요하고 따뜻했다.
나는 그 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가끔은 책장을 덮고 냉이를 바라봤다.
그 조용한 숨결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이상할 만큼 단단해졌다.
냉이는 내 삶의 속도를 바꾸어 놓았다.
항상 바쁘게 흘러가던 하루가 냉이와 함께할 때면
조용히 숨을 고르는 시간으로 변했다.
냉이를 쓰다듬을 때면 세상 모든 생각이 멈추고,
그 부드러운 털 사이로 평온이 스며들었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서로의 체온으로 마음을 전하던 시간.
그건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평화였다.
밤이 오면 냉이는 언제나 내 가슴팍 위로 올라왔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나의 숨결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냉이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우리 냉이, 엄마는 냉이 덕분에 오늘도 괜찮았어.”
그럼 냉이는 눈을 가늘게 감고,
꼬리를 살짝 흔들며 대답했다.
“야옹.”
그 짧은 대답 하나로 하루가 완성되었다.
어느 날부터 냉이는 내 그림자 같았다.
내가 움직이면 따라오고,
내가 멈추면 내 발 옆에 앉았다.
아침이면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속에서 하품을 하고,
밤이면 창밖 별빛을 보며 조용히 울었다.
그 울음은 외로움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좋다’는 대답처럼 들렸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고양이는 제멋대로라고.
하지만 냉이는 아니었다.
그 아이는 내 마음의 온도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렸다.
내가 슬플 때는 말없이 곁에 있었고,
기쁠 때는 꼬리를 높이 들어 함께 웃었다.
냉이는 내 일상의 온도였다.
비 오는 날이면 냉이는 창가에 앉아 빗방울을 세었다.
나는 그 곁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물었다.
“냉이야, 비 소리 예쁘지?”
그러면 냉이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마도 내 목소리보다 빗소리가 더 좋았던 걸까.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순간 냉이의 눈 속에는 내 얼굴이 있었다는 걸.
마지막인줄 모르고 찍은 사진
미안해 냉이야 눈이 다풀렸는데도 . .ㅜ
가끔은 내가 먼저 냉이를 찾았다.
“냉이야, 엄마 여기 있어.”
그러면 냉이는 느릿하게 다가와 내 무릎 위로 올랐다.
몸을 비비며 작은 소리를 냈다.
그건 대답이자 안부였고,
하루의 끝을 함께 맞이하자는 약속 같았다.
냉이는 말을 하지 않아도 늘 내 마음을 먼저 읽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에게 자주 물었다.
“우리 냉이, 행복하다면 야옹해?”
그럼 냉이는 대답했다.
한 번도 망설이지 않고,
언제나 같은 음성으로, 같은 온도로.
“야옹!”
그 소리는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여전히 울린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행복이란 어쩌면 이런 순간일지도 몰라.’
누군가와 눈을 마주하고,
그 존재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말이 없어도 통하는 마음,
함께 숨 쉬는 시간.
그 단순한 기적이 내게는 냉이였다.
어느 봄날, 창문을 열자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커튼 사이로 햇살이 흔들렸고,
냉이는 그 빛 속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냉이가 내게 남긴 건 단지 기억이 아니라 ‘방식’이라는 걸.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
누군가를 사랑하는 태도,
조용히 다가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
그 모든 것을 냉이에게 배웠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속삭인다.
“우리 냉이, 행복하다면 야옹해?”
그러면 어딘가에서 바람이 스치고,
햇살이 내 어깨에 내려앉는다.
그건 냉이의 대답 같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변함없이...
“야옹!”
조그만 아기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