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세상은 늘 싸움으로 시작한다.
숨을 들이쉴 때조차 공기와 싸워야 하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조차 의심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나는, 나의 세 존재 — 슈슈, 고냉이, 뽀리 — 와 함께 그 싸움 속을 걸어왔다.
슈슈는 나보다 더 인간 같았다.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늘 말보다 선명한 눈빛으로 내 마음을 읽었다.
나는 종종 그녀를 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곤 했다.
생각하고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가만히 머물러도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
슈슈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매일의 삶 속에서, 아무 말 없이 나를 용서했다.
고냉이는 다르다.
그녀는 언제나 불안했다.
창문 너머 새 그림자에도 몸을 떨었고,
낯선 발자국 소리에도 꼬리를 곤두세웠다.
나는 그런 고냉이를 안아주며 속삭였다.
“괜찮아,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만큼 무섭지 않아.”
하지만 사실, 나는 내게 하는 말이었다.
그녀의 불안은 내 안의 불안이었고,
그녀의 도망은 내가 감히 하지 못한 도망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그림자가 되었다.
그리고 뽀리.
그녀는 세상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눈빛을 가졌다.
살짝 젖은 털 끝, 고요한 발자국,
마치 오래된 시간의 기억을 따라 걷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묻고 싶었다.
“우린 왜 싸워야만 하는 걸까?”
하지만 뽀리는 언제나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그 눈 감음은 거부가 아니라 이해였다.
“싸움은 끝나지 않아.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그녀는 그렇게, 세상의 모든 답을 침묵 속에 두었다.
어느 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흰 안개가 낮게 깔린 들판 위,
슈슈가 먼저 나타났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그 뒤를 고냉이가 쫓았다.
꼬리를 높이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려는 그 모습이 너무나 생생했다.
그리고 뽀리가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별이 하나 떨어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건 이별이 아니라 작별이었다.
서로를 놓아주는 싸움,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싸움이라는 것을.
나는 깨어나서 한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가슴 한가운데서 무언가가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차가움은 슬픔이 아니라 평온에 가까웠다.
마치 오랫동안 싸워온 전쟁이 끝나고,
폐허 위로 새벽이 내리는 순간처럼.
사람들은 말한다.
삶은 끊임없는 전투라고.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삶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슈슈의 고요, 고냉이의 불안, 뽀리의 체념이 그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싸우지 않음으로써 싸웠고,
사라짐으로써 남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
슈슈, 고냉이, 뽀리.
그 이름들은 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반짝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기도처럼.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그러나 이제 나는 그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다.
One Battle, Another Battle.
그것은 고통의 연속이 아니라,
사랑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증명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