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샤워를 하다가..

by 진청단

문득 샤워를 하다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씻지 못할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스스로에게 닥쳐올 불행한 미래를 생각하며 우울해질지도 모르지만,

태생이 긍정적인 것인지 나는 그 순간,

내 손으로 나를 씻을 수 있다는 사실에 문득 감사함을 느꼈다.


만약 언젠가 내 손으로 씻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혼자 씻을 수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었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과거의 날들을 떠올리며

미소 짓고 있지는 않을까.


너무 긍정적이라고 한다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에 갇혀

행복을 인지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소비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리 좋은 일도 몰두하면 스트레스가 되고,

해결되지 않는 불행에 빠지면

그 안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나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리 불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다.


몇 번은 들어주고,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자고도 해본다.

하지만 결국 나는 마지막에

그들과의 단절을 택한다.


상대가 토해내는 부정적인 단어와 혼란스러운 표정과 말투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불만인 것은 아니다.


내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결국 자신만이 할 수 있다.


당사자는 “말은 쉽다”고 비아냥댈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물론 나 역시

가끔은 생각에 매몰되어 우울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다른 일을 찾아본다.

부정적인 생각에 머무르기보다

그곳에서 벗어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답은 늘 사소하다.


서랍 하나를 정리하거나,

물을 끓여 차를 내리고,

의미 없는 낙서를 하거나,

목적 없이 집 앞을 한 바퀴 도는 일.

평소의 나와는 어울리지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은 행동들이다.


신기하게도 그런 순간에는

생각이 따라오지 못한다.


손이 바쁘고,

몸이 움직이며,

감각이 앞서면

머릿속은 자연스럽게 조용해진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도,

결론에 이르지 않아도

괜찮아진다.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각오가 아니라

잠시 다른 세계로 발을 옮기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그렇게 다시 배운다.


그래서 난 스스로 씻을 수 있는 지금을

아무 일 없다는 듯 살아갈 수 있는 오늘을

조용히 고마워한다.


더불어 묻고 싶다.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무기력해졌고,

그래서 주변 사람을 만날 여유조차 없다고 생각하는가.


잔인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지금 당신 곁에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당신의 끊임없는 부정에서

모두가 도망쳤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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