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주도하는 미래

⑯ AI와 노동의 미래 : ‘고생’이 사라진 시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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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노동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AI와 자동화 기술이 2030년까지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의 근무 시간의 약 27~30%를 자동화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일자리 자체가 모두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업무의 상당 부분이 기계로 이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현장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콜센터 상담 업무는 AI 챗봇이 1차 응대를 맡고, 회계와 법률 분야에서는 초안 작성과 문서 검토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 시스템이 처리한다. 금융권에서는 리포트 초안을 AI가 작성하고 사람이 이를 검수하는 구조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문제는 단지 효율이 높아진다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노동의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는 늘 새벽에 일어나셨다. 농사꾼이셨다. 해가 뜨기 전에 논밭으로 나가 해가 진 뒤에야 돌아오셨다. 그 세대에게 ‘고생’은 삶의 훈장이었다. 힘들게 번 것이어야 값졌고, 땀 흘린 자리에 보람이 깃든다고 믿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 공식이 더 이상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계약서 검토를 위해 밤을 새우지 않아도 되고, 반복 계산을 위해 장시간 책상에 앉아 있을 필요도 없다. ‘고생’의 양은 줄어든다. 이것은 분명 진보다. 하지만 동시에, 경험을 통해 성장하던 과정과 초급 일자리의 기회 역시 축소된다면 그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역사는 기술이 일자리를 빼앗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산업혁명과 인터넷 혁명은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냈다. AI 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AI 트레이너, 데이터 큐레이터, 인간-AI 협업 설계자 같은 직군이 등장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전환은 속도가 다르다. 과거에는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던 변화가 이제는 몇 년 안에 압축되어 나타난다. 개인이 적응할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고생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인간은 오랫동안 노동을 통해 자신을 설명해왔다.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은 곧 정체성이었다. 만약 AI가 그 일을 대신하게 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


이것은 철학적 사유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이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AI가 고생을 줄여주는 도구가 되려면, 그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의미의 설계가 필요하다. 관계를 맺고, 맥락을 이해하며, 책임을 지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동시에 사회는 ‘일하지 않아도 존엄한 삶’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고생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자신의 가치를 말할 것인가.


▶김영기 위고컴퍼니 대표이사


*[AI가 주도하는 미래] 17회차 주제는 ‘직원이 사라졌다’입니다.


출처 : E동아(https://edu.donga.com) 김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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