⑰ 직원이 사라졌다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 대신 작은 정사각형 기기 12대가 줄지어 놓여 있다. 맥 미니다. 팀 단체사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낯설고, 그렇다고 장난이라고 넘기기에는 묘하게 현실적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던 ‘일터의 풍경’과는 다른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 기기들은 AI 에이전트를 구동한다. 고객 문의에 답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사람이 세세하게 지시하지 않아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스스로 움직이며 결과를 만들어낸다. 퇴근도, 휴가도 없다. 조용하지만 일정한 속도로 일이 처리된다.
흥미로운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이 바꾸고 있는 기준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회사를 사람의 수로 이해해왔다. 직원이 늘어나면 성장이라 불렀고, 조직도에 이름이 채워질수록 회사는 커진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은 조금 달라졌다. 직원이 몇 명인가보다, 그 인원으로 어떤 구조를 설계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두 명의 창업자가 여러 개의 AI 에이전트를 함께 운영하며 과거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내는 장면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규모 대신 밀도, 인원 대신 설계가 경쟁력이 되는 방향으로 조직이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동료’라는 단어로 향한다. 직장은 단순히 결과를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의 실수를 함께 수습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시간을 견디는 경험이 동료라는 의미를 만들었다.
AI는 협업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감하지는 않는다. 일을 완수할 수는 있지만, 과정의 감정을 나누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변화는 단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방식이 달라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당신의 옆자리는 지금 누구인가. 그리고 몇 년 뒤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존재는 누구일까. 사람일 수도 있고, 조용히 연산을 반복하는 기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 속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선택하느냐일 것이다.
사진 속 맥 미니 12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장면은 이렇게 묻는 듯하다. 일이 달라질 때, 우리는 무엇으로 서로를 동료라 부르게 될 것인가.
▶김영기 위고컴퍼니 대표이사
*[AI가 주도하는 미래] 18회차 주제는 ‘AI는 생산성 도구에서 공격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입니다.
출처 : E동아(https://edu.donga.com) 김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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