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고도 볼을 부비고 싶은

화요일 밤9시 지하철에서

by 주로 독자


피아노를 들으며

회색 목도리를 뜨고 있는 내가 보이나요?


다들 두툼한 겨울옷에 파묻혀 하나 남은 빈자리는 빈자리인지도 모르겠어요.


피아노 건반을 꼭꼭 눌러 이 음이 바로 이 음이라고 앙다무는 소리가 투정같고 딱한데


하나의 실을 굳이 코마다 얽으며 나는 뜹니다, 생각나는 음들을, 그 음의 목소리들을.


단단한 대바늘이 강아지풀보다 날렵하게 흔들리는데

여전히 누구에게 달려들어 꼬리를 흔드는, 어쩔 수 없는 달뜸이 나에게 있나봐요


참 보고싶어요

어제는 볼을 부비고 싶었고요


목도리를 자장자장 두드리며 이번 역에 내립니다.

아직 뜰 마음이 여러타래입니다.


그대 돌아가신지 벌써 언제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