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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계 방랑자 Feb 19. 2024

막 나가던 20대 '대'학생으로 살아남기

나는 남들과 똑같이 그리고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그 나이대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고 한다.

10대 공부를 해야 한다.

20대 대학교 입학 or 취업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학업을 이어 나갈지, 사회구성원의 일부가 될지는 본인의 선택일 것이다. 20살이 되는 순간 부모님 울타리 안에서의 생활은 끝이 난다.


나의 19살.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나는 항상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았다. 그렇기에 학창 시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런 나에게 "대학은 가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내가 공부와 담을 쌓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대학은 꼭 가야 한다는 말 또한 나에게 하지 않았다. 그저 "대학교에 가지 않으면 뭐 할 거야?"라는 질문에 나는 답을 할 수 없었다.

꿈이 없던 열아홉의 나는 남들 다 가는 대학에 가지 않으면 사회에 나가서 혹시 무시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가지고 대학 입학을 선택했다. 그렇게 나는 막 나가는 '대'학생이 되었다.




나의 20살.

운이 좋게도 수도권 대학에 들어갔고 내가 선택한 대학이라는 곳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국가장학금 "선정 탈락"이라는 글씨와 함께 "사유 - 성적 미달"이라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1학년 1학기 3.0의 학점을 넘지 못한 나는 그렇게 불효녀가 되었다.


그래서 정신 차렸냐고?

아니. 난 여전히 막 살아가고 있다.


내가 이렇게 막 살아갔던 이유는 남들보다 항상 더 좋았던 운을 믿었기 때문인듯하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믿을 거라고는 ‘행운’뿐이었으면서 자신만만하고 거만한 태도. 다시 생각할수록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딱히 운이 좋아서라고는 할 수 없지만 1학년 2학기는 다행히 구제신청을 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 학기에는 조금의 타격은 있었는지 3.0을 간신히 넘겼다.


하지만 대학교 2학년 나는 여전히 막 나갔다.

학점 2.33 네가 사람이냐? 한심스러운 성적표를 보면서도 나는 왜 정신 차릴 생각조차 안 했을까.

근데 내가 운이 좋다고 했지. 학교에서 장학금이 나왔다.

교수님이 나를 부르더니 장학금 들어온 거 확인했냐는 거다. 확인했을 리가 있나 놀기 바쁜데.

교수님도 왜 나한테만 장학금이 들어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준걸 다시 뺐을 수도 없고 내가 착해서 들어왔나 보다 하시고는 다른 친구들한테는 비밀로 하자라며 공부 좀 제발 열심히 하자고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며 ‘역시 난 운이 좋아’ 라며 정신 못 차리고 놀러 나가는 21살의 나. 누가 가서 뒤통수 좀 한 대 때려주세요.


그렇게 어영부영 4학년이 되었다.

'졸업 작품이라. 휴학할까?'

난 3년 동안 제대로 배운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성적 맞춰서 운 좋게 들어왔던 나랑 맞지 않는 흥미조차 없는 전공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 또한 내가 선택한 일이었거늘

교수님이 나를 불렀다. 어떻게든 졸업시켜 줄 테니 열심히 해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열심히 살고 싶지 않은데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취업할 생각도 없었다. 도대체 뭘 믿고 무슨 배짱으로 저런 생각을 했는지 여태 모르겠다.

그래도 도와준다는데 지금 이 교수님이 아니면 나는 이 학교를 졸업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교수님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졸업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인 줄 알았지?

나의 불효녀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졸업 유예라는 아주 좋은 제도가 있네? 물론 나처럼 쓰는 건 좋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학생의 신분을 1년이나 더 달고 있을 수 있다니. 학생이라는 본분에 맞게 열심히 공부를 하지도 않았으면서..

부모님께 "학교 졸업도 이제 확정이니까 1년만 쉬고 싶은데 졸업 유예라는 게 있어. 일 년 뒤에 졸업장이 나오니까 나중에 취업할 때도 1년 공백이 안 생겨서 좋더라고"라는 포장된 말을 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취업 준비는 무슨 탱자탱자 놀아댔다.


나의 대학 생활은 20살이 돼서 사회에 나가게 될 것이 두려웠던 고등학생이 대학이라는 곳으로 학생을 신분을 연장하기 위한 도피처였던 것이다.


내 20대 초반 인생이 얼마나 한심스러웠는지 되돌아보지 조차 않았다.

일종의 회피랄까. ‘행복한 대학 생활이었어.’라는 거짓된 생각으로 나 자신을 세뇌시켰다.


그럼 이제 진짜 사회로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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