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공포

숨어버린 줄 알았던, 그저 퍼져버리는 나

by 박나킨
오늘은 '내가 보인다는 공포'에 대해 생각했다.
민낯보다 민낯 같지 않은 감정.
내가 나를 보여줄수록, 나는 나에게 더 숨어야 했다.


어떤 날은 거울보다 공기가 더 무섭다.

나를 감싸는 이 투명한 것들이

내가 느끼지 못한 감정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나를 감싸고, 스며들고,

내가 말하지 않은 감정들은 주변을 떠다닌다.


내가 숨긴 감정은 거울에선 사라질 수 있어도,
공기 안에선 절대 감춰지지 않는다.


나조차 모르는 얼굴이,
말과 말 사이, 눈동자의 미세한 떨림,
멈칫하는 숨결 속에 녹아든다.


그럴 때 나는,
누군가 나를 너무 똑바로 볼까 봐 겁이 난다.


나를 드러낼수록, 나는 더 숨어야 한다는 역설.
말하고 나면 후회하고,
보여주면 더 감추고 싶어진다.


‘나’라는 감정은

보일 때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어떤 날은 "감성적인 사람"
어떤 날은 "불편한 사람"
그리고 어떤 날은… 그냥 "이상한 사람"


둥둥 떠다니는 먼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처럼,

그게 나의 존재이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투명한 존재가 된다는 건
나조차 나를 볼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그게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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