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꿈의 계절

봄비인지 여름비인지 모를 밤의 꿈속에서

by 박나킨

창문 밖 너머

봄과 여름이 싸우는 소리,

잊은 적 없는데 또 그리워.


진짜 같던 꿈은 자꾸 벗겨져

푹 꺼진 소파 위로 네 땀이 배어있다.


나를 부순 건 비가 아니라,

네가 남긴 미세한 체온.


창밖에 걸린 물방울은

오늘 하루를 말리려 애쓰고 있고,


이름조차 흐릿한 감정들이

종일 팔목에 매달려 있었다.


무너진 구조의 문장들 사이,

봄비인지, 여름비인지 모를 것들이

또 쏟아진다.


따뜻했던 것은 시간이 아니라,

네가 열어둔 창을 통해 들어온 공기였다.


꿈에서 빠져나온 기억은 늘 젖어 있고,

막 깨어난 나는

다시 꿈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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