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by 박나킨

위아래로 검은 옷을 입었다.

입술엔 맥칠리 레드, 이 모든 건 아주 공식적으로 준비되었다.


냉장고 앞에 초를 들고 섰다.


오늘 저녁은 의외로 풍성하다.

싸구려 소시지에 햄,

멸치볶음은 국물까지 볶았고,

김치는 눅눅한 밥알을 덮어버렸다.


"잘 먹겠습니다."


덜덜거리던 건 사흘 전부터였다.

원래 싸구려는 자기가 먼저 말이 많다.

나도 그랬고.


차가운 물이 먹고 싶었을 뿐인데,

결국 바닥이 다 젖었고,

그건 조금 서러웠다.


나는 냉장고 앞에 검은 리본을 붙였다.

그냥 혼자 먹기엔 음식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까,

오늘 저녁은 장례식이고,

나는 상주다.


초가 다 타기 전에 먹어야겠다.


음식은 식고 있고,

맥주는 미지근하다.

나는 지금 슬퍼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내일 아침에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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