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용[일의 감각]을 읽고.
나는 두루두루 좋아하는 편이었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어쩔 수 없고.
"이거 아니면 안 돼"라는 식의 취향고집도 없었다.
유행과 트렌드를 늘 따라야 했고,
앞서 달리진 못해도 뒤꽁무니라도 밟아보려 했다.
늘 짝사랑 같았다.
손을 흔들어 이름을 불러도, 유행은 한 번도 나를 정확히 돌아보지 않았다.
어쩌면 반대였을지도.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깊은 얘기까진 가지 않았고,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는 늘 타임머신 타고 그때의 얘기를 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나이가 무르익다 만난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나 감각적인 언어와 물건, 그리고 그들에게 걸쳐져 있는 옷가지들이 멋졌다.
나도 나름의 취향이라고 한다면,
가성비가 좋고 유행을 크게 타지 않아 언제든 매치할 수 있는 그런 아이템들,
하지만 조금은 포인트가 있으면 좋고.
딱 손꼽히는 브랜드나 디자인은 없었다.
젊고 발랄한 외모로 밀어붙일 수 있는 나이는 어느새 지나갔다.
주름도 세월도, '어? 언제 왔어?' 하며 맞이해야 하는 나이가 와버렸다.
두루두루, 그냥저냥, 이래 저래. 그런 나에게 '디깅' '덕질'이란 별로 없다.
어릴 땐 제법, 집착력이 꽤 강했었다.
그게 사회를 살아가는데 크게 도움이 안 된다 걸 깨닫고 좋은 게 좋은 거지, 가 되어버렸다.
'디깅'이란 걸 특별히 해본 적은 없었다.
HOT의 음반과 영상을 열심히 듣고 본 것, 정도이다.
한 번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 즉 위스키에 대해 이야기 나왔다.
지역과 곡물, 증류의 종류와 깊이.
오크에서 잠든 시간과 병 속의 미세한 색차와 맛.
집에 진열된 위스키 사진을 보여주는데 신기하게도 좁던 그의 어깨가 넓어 보이기까지 했다.
'와, 맛있다, 끝!'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줄줄 새어 나오는 입술이 섹시하기까지 했다.
멋졌다.
'디깅'이란 것.
누군가 '노력'도 실력이라 하지 않았던가.
난 그렇게까지 파고들 마음이나 열정자체가 없었다. 이제는 좀 갖고 싶을 정도다.
조수용은 말한다.
어떤 일이 성공하려면 나만의 취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나의 선호와 타인에 대한 공감이 만나는 지점,
서로 밀고 당기는 압력이 느껴지는 그 미세한 지점을 찾아내야 한다.
내 취향과 세상이 만나는 지점이다.
우선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단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남달라야 한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분야를 잘 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많이 알면 알수록 더 구체적으로 좋아하게 된다.
어느 한 분야, 취미, 특기라고 말해야 한다면 그 정도 '디깅'력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디깅해야 할지부터 생각하는 게 우선이다.
항상 그 우선을 못해, 미루다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나를 아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하다 못해 일이니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디깅'이라도.
꼭 하나는 조져 먹어버리고 싶다.
아주 씨까지 발라서 우걱우걱.
너의 취향까지 모두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