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돈을 좇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는 버블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그 기술과 현실을 연결하는 도구를 바라봐야 한다.
미용사는 가위가 있어야 컷트를 할 수 있고, 프로그래머는 컴퓨터가 있어야 한 줄의 코드라도 작성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라도 그것을 구현하고 사용하는 물리적 도구가 없다면, 가치는 현실 세계에 도달하지 못한다. 인터넷 기술도 PC라는 도구가 등장한 뒤에야 비로소 실체를 가졌다. 기술의 미래 가치를 결정하는 열쇠는 언제나 도구에 있다.
닷컴 버블의 본질은 PC 보급 속도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 투자자들은 인터넷이 모든 산업을 재편할 것이라 믿었다. 이에 인터넷을 서비스하기 위한 인프라인 해저 케이블, 서버, 초기 웹서비스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정작 인터넷을 사용할 도구인 PC 보급률은 10% 밖에 되지않았고, 사용자 행동의 변화는 투자자의 기대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 불균형이 버블의 폭발로 이어져 관련 인프라 회사들은 모두 망했다.
반면 모바일 기술은 버블붕괴 없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스마트폰이라는 도구의 보급 속도가 투자자의 기대를 완벽하게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통신사, 앱 플랫폼 같은 핵심 인프라들이 동시에 정렬되었고 사용자 행동 변화 역시 즉각적이었다. 관련 기업들은 현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AI 생태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재연되고 있다. GPU,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고 있고, 기업들은 AI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사람들이 AI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게 만들어줄 도구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다면, 지금의 AI 인프라 투자는 닷컴 버블 초창기의 인프라 기업들처럼 회수되지 못하는 비용으로 남을 위험이 있다.
미래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이 아닌 이유를 이해하려면, 한 가지 본질적인 차이를 짚어야 한다. 인터넷이 정보의 인프라였다면, AI는 지능의 인프라라는 점이다.
인터넷 이전에는 정보를 복제하고, 전달하고, 검색하는 모든 과정이 비용이었다. 책을 인쇄하고, 우편을 보내고, 도서관을 뒤지는 일에는 시간과 돈이 들었다. 인터넷은 이 비용을 사실상 0으로 만들었고, 그 순간 정보 산업 전체가 붕괴하고 재편되었다. 신문사, 출판사, 음반사, 영상매체 회사들이 무너지거나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모했다.
AI는 비슷한 일을 '지능'에 대해 하고 있다. AI 이전에는 지능을 사용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다. 전문가를 고용하고, 교육을 받고, 경험을 축적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변호사의 법률 검토, 의사의 진단, 디자이너의 시안 작업, 프로그래머의 코딩이 모든 것은 희소한 인간 지능에 대한 대가였다.
AI는 이 지능 사용 비용을 급격히 낮추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더 빠른 도구가 아니다. 생산의 구조 자체를 다시 쓰는 일이다. 우리는 도구를 더 정교하게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던 시대에서, 도구 사용 자체를 제거하는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포토샵을 더 잘 다루는 게 아니라, 포토샵을 열지 않고도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 코드를 더 효율적으로 짜는 게 아니라, 코드를 직접 짜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는것이다.
기존 정보를 소비하기 위한 디바이스에서 인간의 지능을 소비하는 디바이스가 차세대 디바이스다. 흔히 기술이 진화한다는 착각을 하곤 하지만 전구, 윈도우, 아이폰은 무언가에서 진화된것이 아니다. 기술자들의 의도적 창조물이며 디자인된 도약이다. 앞으로의 시대도 다르지 않다.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실현할 도구와 그 도구위에서 어떤 경험을 설계하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