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당신의 대화상대가 아닙니다

by 바오

인터넷의 가치를 정보를 쉽게 저장하고 볼수 있는것이라 설명하던 사람들은 아마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을 것이다. 인터넷의 본질은 저장이 아니라 공유였다. 실시간 정보 공유 비용을 거의 없애면서, 지식은 소유물이 아니라 유통되는 자원이 되었다. 이것이 인터넷이 만든 지식재산 산업의 출발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대신 글을 써주고, 고객 상담을 자동화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것 역시 본질이 아니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지능의 외주화다. 전문 지식인을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상황에 따라 최적의 판단과 결과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인간은 더 이상 지능을 축적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마다 소비한다. 인터넷이 백과사전적 지식을 외우는 능력을 불필요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인공지능은 사고와 판단을 수행하는 과정을 바깥으로 밀어낸다.


인터넷 시대의 성공 공식은 네트워크 효과였다.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정보 교환이 일어나고, 서비스는 점점 대체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AI 시대는 다르다. 주변에서 모두 GPT를 쓴다고 해서 내가 GPT를 쓰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도구를 선택하면 된다. AI 서비스에느 전통적인 네트워크 효과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해자가 등장한다. 맥락이다. 이 서비스는 나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같은 질문이라도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묻는지에 따라 정답은 달라져야 한다. 일정, 대화, 취향, 선택의 기록 같은 맥락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사용자의 수가 아니라, 사용자의 맥락을 얼마나 깊이 구축했는지가 성공의 방정식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성능이 아니다. 성능은 이미 스케일링 법칙의 영역에 들어갔다. 자본을 가장 많이 투입한 기업과 국가가 가장 좋은 모델을 만든다. 돈만 충분하다면 언제든 소타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 AI 서비스들이 실제 사용 단계에서는 오히려 사용자의 글쓰기 능력에 의해 성능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은 이미지와 감정, 맥락이 동시에 떠오르는 비선형적인 과정인데, 우리는 그것을 문장이라는 선형 포맷으로 번역해야 한다. 이는 손바닥만 한 키보드를 달고 다니던 피처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멀티스크린과 터치 인터페이스를 가진 아이폰이 등장하자 모바일 시장은 단번에 뒤집혔다. AI도 다르지 않을것이다. 지금의 채팅 인터페이스는 과도기적이다. 언젠가는 생각만으로 의도가 전달되고, 맥락이 자동으로 해석되며, 결과물이 즉시 구성되는 인터랙션이 등장할 것이다. 뇌파, 시선, 행동 데이터를 해석하는 AI 전용 디바이스나 칩셋이 그 시작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AI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연장선이 될 것이다. 사용자는 더 이상 “어떻게 명령하지?”를 고민하지 않고, “무엇을 원하지?”만 생각하게 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분명하다. 지능을 얼마나 잘 외주화하는가, 사용자의 맥락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가, 그리고 AI에 맞는 새로운 인터랙션을 제시하는가. 인터넷이 정보의 이동 비용을 무너뜨렸다면, AI는 사고의 실행 비용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승자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경험을 재정의한 쪽이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삶의 의미는 존재하나요?